좋은 이웃?

못 말리는 우리 극성부부는 어떤 경우든 일을 찔끔거리며 놔두는 걸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챙겨 먹고는 아내는 텃밭이며 화단에 거름 주고 정리하는 일을, 저는 옆집 크리스네가 끝까지 해결해주지 않은 하자(?)보수에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뭐, 옆집을 새로 지으니 우리 집도 예쁘게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애초 조심만 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일들입니다. 가림막을 제대로 치지 않고 공사를 하는 통에 우리 집 벽이며 지붕이 온통 시멘트 조각들을 뒤집어썼고, 자기네 집 앞 펜스를 새로 만들면서 우리 펜스에 시멘트며 페인트로 떡칠만 안 해놨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들입니다.

자기네 집 미장을 하면서 시멘트 조각들로 범벅을 만들었던 우리 집 벽은 어찌어찌 페인트 칠을 해줬습니다. 페인팅 전에 시멘트 조각들을 모두 긁어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지저분한 곳이 군데군데 남아 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붕을 뒤덮은 시멘트 조각들은 밑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니 그냥 놔두라 했습니다. 행여 기와를 잘못 밟아 깨기라도 하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웃긴 건, 그들은 애초 지붕 페인트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남의 집에 그렇게 다양한 피해를 입혀놓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그들의 마음은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인 집주인도 그렇고 중국인 빌더도 그렇고 그런 마음이니 깔끔한 마무리는 애초 기대도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지난 일요일 저의 큰 작업은 뒷마당 펜스를 교체하면서 생긴 폭 3, 40센티미터의 갭 두 곳을 메우는 일이었습니다. 기존 1.5미터로 돼 있던 펜스를 1.8미터 높이로 하겠다 해서 그러라 해줬더니 실제로는 아래 쪽에 팀버를 대서 2.1미터, 가장 높은 곳은 2.4미터까지 솟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네 집만 펜스를 빙 둘러 막아서 이웃하고 있는 다른 집들에는 원치 않던 갭이 생겨버린 겁니다.

우리 집은 그 갭을 메워야 우리 집 고양이 해삼이가 그 사이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필수였습니다. 나중에 막아주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빌더가 철수한지 몇 주가 지났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언급도 없습니다. 곧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얼기설기 땜빵(?)을 해놓고 기다렸는데 더 이상은 흉해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펜스용 목재와 톱, 드릴 등을 챙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작업을 했습니다. 저들 때문에 쓸 데 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솟구쳤지만 꾹꾹 눌러 참았습니다.

이제 떡칠이 된 앞마당 펜스 한쪽에 페인트 칠을 안 해준 것 (그나마 잘 안 보여서 다행입니다)과 그들이 펜스 공사를 하면서 마음대로 뽑아버린 우리 집 대추나무는 깨끗이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조차 없는 그들과 더 이상의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옆집 공사는 이제 완전히 끝나 조만간 이사를 들어올 모양입니다. 1년 3개월여의 공사기간 동안 각종 소음과 먼지 그리고 수도 없이 날아든 쓰레기는 물론, 말로는 다하기 어려운 각종 피해를 입혔음에도 빌더나 집 주인 모두 별 신경을 안 쓰는 듯싶습니다.

이전에 살던 호주인 노부부와는 가끔씩 야트막한 담 너머로 서로 인사도 나누며 정겨운 이웃으로 지냈는데 새로운 주인 크리스는 전보다 훨씬 높게 둘러싸인 펜스만큼이나 이웃들과는 담을 쌓고 지낼 모양입니다.

그는 공사 시작 때부터 거의 매일, 어떨 때는 하루에 두세 번씩 공사현장을 들락거리곤 했습니다. 이사를 앞둔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어떨 때는 밤 늦은 시간에도 찾아와 북적거리다 갑니다. “저 사람 진짜 안달이네… 아무래도 저 집 이름은 ‘안달 하우스’라 지어줘야겠어….” 웃으며 혼잣말을 해봅니다. 그만큼 아니, 그런 열정의 10분의 1만 옆집에 주는 피해에도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서로를 챙겨주는 좋은 이웃은 기대할 수 없을 듯싶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그런 사람에게 더 이상의 기대를 거느니 차라리 내 돈과 내 시간, 내 노력을 들여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한 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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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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