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 유무·금식 등 체크사항, 담당전문의 및 해당병원과 상의해야
본 칼럼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Korean Australia Advisory Committee에서 한인들이 이민자로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합의 속에서 시작됐다. 5월부터 10월까지 6회에 걸쳐 KAMS (한인의사협회) 회원 의사들이 보내준 원고를 카스에서 정리, 해당내용을 게재한다. 2022년 시작한 Korean Australia Advisory Committee는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한인커뮤니티에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라는 방향성 속에서 실제적인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기획해나가고 있다. <편집자 주>
01_RFA 양식 작성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여러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살게 되면서 의료기술도 점점 발달하는 가운데 다양한 수술을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현대의료 환경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고 개인건강정보 보호문제로 기관간 정보공유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의료정보를 처리하고 누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을 것이다. 이 글은 필자가 호주 의료시스템에서 15년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내용이다. 따라서 환자나 그 가족은 환자의 개인병력과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담당전문의와 해당병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전문의와 만나 수술 결정을 하면 RFA (Recommendation for Admission)라는 양식을 작성하게 되는데 이 양식에는 수술동의서 (Consent)가 포함되어 있다. 전문의와 수술 받는 이유와 수술과정, 위험요소 등을 상의한 후 서명과 함께 다른 개인정보를 기입해서 병원이나 전문의에게 제출하면 입원준비와 행정절차가 진행된다.
환자의 기저질환 유무와 담당전문의 이름, 언제 마지막으로 전문의 진료를 받았는지 그리고 현재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의약품 이름과 복용시간 및 빈도를 잘 정리해두면 병원에서 요구하는 양식을 작성할 때 수월하다.
02_수술 전 건강유지 준비
수술이 예정된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경과를 체크하고 관리한 후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조절, 울혈성 심부전 (heart failure),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수술 전 치료는 질병의 정도를 감소시키고 수술전후 이환율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수술 받기 전 1년 내에 심근경색으로 스텐트나 심박조율기를 삽입 받은 경우 심장전문의를 만나 수술사실을 알리고 심장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또 평소에 호흡곤란이나 가슴 두근거림, 설명되지 않는 통증 (특히 가슴 통증),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응급수술이 아니라면 수술 전 먼저 심장이나 폐 질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심뇌혈관질환이 증가하면서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술 시에는 이러한 약들이 지혈을 방해할 수 있어 일정기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 의사와의 상담 및 치료가 꼭 필요하다. 기존에 복용 중인 약물 중 항응고제 (warfarin, apixaban, dabigatran, rivaroxaban 등)나 항혈소판제 (aspirin, clopidogrel, ticagrelor 등)가 있다면 미리 외과전문의에게 알리고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때 수술 전 며칠 동안 중단해야 하는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이 중단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이나 시술이 예상치 못하게 연기될 수 있다. 흡연자는 금연기간을 거친 후 수술을 받는 것이 폐나 심혈관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흡연은 폐 분비물의 양과 점도를 증가시키며 분비물을 배출하는 섬모의 운동을 저하시켜 폐렴과 호흡부전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기도의 과민성을 증가시켜 전신마취 중 기관 삽관 시 후두 경련이나 기관지 경련의 위험도를 높여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우리 몸의 혈류를 저하시키므로 심장이나 뇌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수술부위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과도한 음주 또한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수술부위의 염증을 증가시켜 상처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금주하는 것이 좋다.
03_입원 전 클리닉 (Pre-Admission Clinic)
수술일정이 정해지면 일정에 대한 안내를 위해 Pre-Admission Clinic을 방문한다. 최근에는 많은 공립병원과 사립병원에서 해당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COVID-19 이후에는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전화나 Telehealth를 통해 검진을 진행하는 곳도 많아졌다. 이 곳에서는 간호사만 만나기도 하고 의사와 마취전문의를 만나기도 한다.
전신마취 시 치아가 많이 흔들리는 경우 기관 삽관이나 발관 중에 손상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사전에 치료를 받고 마취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또한 이전에 투여 받았던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증상이나 구토 경험, 다른 마취와 관련된 합병증이 있었다면 마취를 더욱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수술 전 의료진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원 진료를 하면 몸무게와 키, 혈압,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 여러 가지를 측정하며 심장과 폐가 마취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건강한지 검사한다. 마취에 어려운 요소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마취전문의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진다. 수술 전 필요한 검사나 현재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설명도 받을 수 있다.
아스피린이나 피쉬 오일 (fish oil), 크릴 오일 (krill oil) 등을 예방용으로 복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경우에는 적어도 10일 전에 중단하는 것이 좋다. 단, 다른 전문의가 처방한 경우에는 그 전문의의 조언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당뇨약은 일반적으로 혈당을 낮추기 때문에 수술 당일 아침이나 공복 상태에서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SGLT-2 억제제인 플로진 (-flozin)과 같은 당뇨치료약은 수술 3일 전에 중단해야 한다. 당뇨치료 중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담당의사와 상담하여 따로 이에 관한 지시를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GP나 당뇨전문의는 당뇨조절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HbA1c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HbA1c가 7% 미만이면 당뇨조절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관절교환수술 전에 HbA1c 수치가 7.5% 이상이라면 관절 감염위험을 줄이기 위해 당뇨치료의 강도를 높인 후에 수술을 권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술관련 의사와 상담하여 확인 받는 것이 좋다.
수술 전 피검사 결과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때 한 달 이내에 GP나 다른 전문의를 통해 이미 피검사를 받았다면 어떤 lab에서 받았는지 기억하고 Pre-Admission Clinic에서 해당결과를 요청 시 제출하면 된다. 수술 당일 또는 출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에 맞는 혈액수혈 가능여부를 확인하는 항체 검사가 필요할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수술 전 병원에서 수술 일 3일 내에 추가적인 피검사를 받아야 한다.
04_금식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위산이 역류하여 급성폐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삽관이나 다른 방법을 이용해 기도를 유지하지만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위가 비어있는 상태가 최적이다. 죽 등을 포함한 모든 음식이나 색깔이 있는 액체는 음식으로 간주되므로 최소 6시간 금식해야 하며 투명한 액체는 마취 2시간 전까지 마실 수 있다. 투명한 액체에는 물, 맑은 사과주스, 게토레이, 파워에이드 등이 포함된다.
장 내시경을 받기 전에 장 청소제를 복용하면 설사를 많이 하게 되어 탈수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어 수분공급을 잘 해주면 힘든 시간을 버티기가 좀 더 수월하고 마취의사가 정맥주사를 잡기도 용이하다.
05_수술당일
수술 금식 중이라도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수술 당일 오전 약은 복용하는 것이 맞다. 항응고제를 제외하고 평소에 아침에 복용하는 심장/혈압 관련 약, 위산억제제, 진통제 등은 꼭 복용해야 한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2-3시간 전에 입원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병원마다 절차가 다를 수 있지만, 수술예약 전날 평일 (예: 월요일 수술이면 금요일)에 병원에서 전화가 오거나 병원번호로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에 전화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연락을 받을 수 있는 핸드폰 번호를 병원에 제공하고 전화를 꼭 받아야 한다. (대부분 공립병원에서는 No Caller ID 즉, 발신자 정보 없음으로 전화가 온다).
06_수술 후 보호자 동반 귀가예약
퇴원 시 병원에서는 성인보호자가 환자를 데리고 가는 것을 권장하며 퇴원 후 24시간 동안 성인보호자가 함께 지내는 것을 추천한다. 보호자는 환자가 안전하게 귀가하는 일을 맡는 가운데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의료진에게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술 전에 돌봐줄 사람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마취약의 영향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며, 사고발생 시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24시간 동안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글 / 김재헌 (Dr. Jeff Kim·마취과전문의·Nepean Hospital·Canterbury Hospital·Hawkesbury District Hosp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