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고기인데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조금씩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민초기, 교민매체 생활용품 판매란에 매물로 올라온 중고 바비큐그릴을 하나 사서 틈만 나면 식구들과 함께 우리 집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잔디밭 위에서의 바비큐… 번듯한 내 집 날려(?)먹고 이국 땅에 와서 렌트를 살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가끔씩은 물가와 어우러진 공원을 찾아 그곳에 마련된 공공 바비큐그릴에서 고기파티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참 전부터는 이도 저도 귀찮아(?) 이른바 브루스타라 불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한국에서 공수(?)해온 솥뚜껑 고기판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먹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지난 토요일 점심에는 오랜만에 조금은 특별한 바비큐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뒷마당 잔디에 철퍼덕(?) 주저앉아 숯불에 양념돼지갈비를 구워 먹었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햇살이 뜨거워져 해볼 수 없는 일이기에 ‘햇살이 기분 좋은 지금이다!’ 싶어 도전을 한 겁니다.
하지만 잘 안 해보던 짓을 하려니 고생(?)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Bunnings Warehouse에서 구입한 앉은뱅이 미니 바비큐 그릴에 조개탄이며 한국슈퍼에서 사온 숯과 번개탄까지 동원해 열심히 불을 피워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좀 붙는가 싶으면 이내 꺼지기를 반복…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내가 사놓은 지 1년도 훨씬 넘은 가스토치를 빼 들고 왔습니다. 남들은 휴대용 부탄가스를 꽂아서 불도 피우고 요리할 때도 잘만 쓰던데 쫄보, 겁보인 우리는 “저것도 한번 써봐야 하는데…”만 반복하면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처박아두고 있었던 겁니다.
신(?)문물의 위력은 뛰어났습니다. 순식간에 불이 활활 타올라 숯불 위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우리는 리드컴 새로 생긴 정육점에서 사온 양념돼지갈비 2Kg을 맛있게 뚝딱 해치웠습니다. 거기에 닭 꼬치까지 더해서… 평소에는 삼겹살 1Kg을 내놓으면 둘이서 절반 정도밖에 먹지 못하던 우리였는데 그날은 실로 엄청난 양을 먹은 겁니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가졌던 맛있는 바비큐와 몇 잔의 술 그리고 향 짙은 커피… 이럴 때면 제가 즐겨 쓰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개 안 부럽다!” 소소한 일탈(?)과 함께 한 그날이 우리에게는 따스한 봄 햇살과 함께 찾아온 ‘행복이 가득한 날’로 기록됐습니다.
짧기만 했던 낮의 길이도 요즘은 ‘노루꼬리만큼’ 길어졌습니다. 오후 다섯 시 퇴근 후 부지런히 집으로 달려와 뒷마당 야채며 과일들에 물을 주는 일이 저의 작은 기쁨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정성스레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이제 제법 모습을 갖춰가는 우리 집 ‘푸름이들’도 제가 뿌려주는 시원한 물을 마시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일에 아내는 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상추며 깻잎이며 다양한 야채들이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겁니다. 그때쯤이면 다시 한번 잔디밭에서의 양념돼지갈비 축제(?)를 가져볼까 싶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을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일 자카란다 꽃잎들을 벗삼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습니다. 만일 햇살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뜨거워진다면 어닝을 쭉 내리고 데크 위에서 솥뚜껑 삼겹살 파티를 갖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집 감나무에 감이 많이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가 떠먹여주는 연시를 받아먹으며 그 특유의, 눈이 안 보이는 미소를 짓는 에밀리의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이든도 할머니가 떠먹여주는 감을 많이많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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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