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234?! “난… 정말이지 나한테는 40이라는 나이가 안 올 줄 알았어.” 며칠 전 한 지인이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웃기지
마라. 너도 이제 곧 50 된다!” 하며 웃었습니다. 그 지인이 62년생이니 올해로
마흔 일곱, 3년만 더 있으면 그도 50대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게 됩니다. 지난
주, 제가 “2006년부터 매년 나이를 한 살씩 거꾸로 먹는
원칙을 정했다”며 나이타령(?)을 한바탕 늘어놨더니 많은
분들이 나이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셨다고 합니다. 18년 전이었습니다. 주말 오후시간, 아파트 놀이터에서 귀엽게 뛰놀고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그때 아들녀석이 일곱 살, 딸아이가
다섯 살이었고 저는 30대 중반의 한참 ‘잘 나가는’ 나이였습니다. 아내는 아이가 둘이나 있었음에도 대학생들이 따라올
정도로 어려 보이는 20대 후반이었습니다. 1995년 초, 대학졸업을 앞두고 수습기자로
입사한 M에게 “너는 영계도 아니고 핏덩이다, 핏덩이!” 라고 놀린 적이 있습니다. 그 후배기자가 지금은 시드니에서 대형카페 2개를 소유한 30대 중반의 여사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쪼끄맣던 저의 두 아이들도
이제는 스물 다섯, 스물 셋의 청년으로 훌쩍 자랐습니다. 모두모두
징그러운(?) 상황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부터 ‘9988234’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흔 아홉(99)까지 팔팔(88)하게 살고 이, 삼일(23) 앓다가
죽는(4)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웰빙 (well being)과 함께 웰다잉 (well dying)을 생각하는 말입니다. 이번 주에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나이 들어 대접받는 일곱 가지 비결’을 ‘7
UP’으로 회자하고 있어 인용해봅니다. 첫째, Clean Up. 나이가 들수록 집과 환경 모두를 깨끗이
해야 한다. 항상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과감히 덜어낸다. 귀중품이나 패물은 유산으로 남기기보다는 생전에 선물로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Dress Up. 항상 용모를 단정히 해 구질구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괜찮지만 나이가 들면 비싼 옷을 입어도 좀처럼
태가 나지 않는 법이다. 셋째, Shut Up.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많이 해야 한다. 노인의 장광설과 훈수는 분위기를 망치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말
대신 박수를 많이 쳐주는 것이 환영 받는 비결이다. 넷째, Show Up. 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해야 한다. 집에만 칩거하며 대외활동을 기피하면 정신과 육체가 모두 병든다. 동창회나
향우회 등 익숙한 모임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이색모임이 더 좋다. 다섯째, Cheer Up. 언제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지혜롭고 활달한 노인은 주변을 활기차게 만든다. 짧으면서도
곰삭은 지혜의 말에 독창적인 유머 한 가지를 곁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여섯째, Pay Up. 돈이든 일이든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 지갑은 열수록, 입은 닫을수록 대접을 받는다. 자신도 즐겁고 가족과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과 환영을 받게 된다. 일곱째, Give Up.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이제껏 내 뜻대로 되지 않은 세상만사와 부부, 자식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질 리 없다. 되지도 않을 일로 속을 끓이느니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