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행복으로 시작합니다 시크 (Chic)하면서도 도도함까지(?) 살짝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 엄마를 닮아 키는 크고 얼굴은
작으면서도 손가락과 발가락은 아주 길쭉길쭉 시원하게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것은 서른 시간 넘게 지 엄마를 고생시키며 태어났던
오빠와는 달리 녀석은 다섯 시간 반 만에 우리의 곁으로 순풍 다가와줬다는 사실입니다. 녀석을 만난 첫날은 몸무게 2.3Kg에
불과한 너무너무 작은 녀석을 안기가 겁이 나 뒷걸음질을 쳤고 두 번째 만남에서야 비로소 녀석을 조심스레 안아 올렸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딸아이가 에이든 (Aiden)의
동생 에밀리 (Emily)를 순산했습니다. 녀석이 2017년과 2018년을 잇는 사랑과 행복의 가교로 우리에게 다가온
겁니다. 새해 첫날 저녁, 딸아이 집에서
에밀리 탄생 축하를 겸한 신년가족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주 재미 있는 일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떡국 준비를 하는 동안 딸아이 신랑이 에밀리를 안고 앙증맞은 젖병을 물리고 있었는데 에이든이 빨대가 달려있는
지 물병을 들고 와서는 슬그머니 아내의 무릎에 앉는 거였습니다. 그리고는 지 동생이 아빠한테 안긴 것과 같은 자세를 취하더니 할머니한테
에밀리처럼 먹여달라는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녀석은 한참을 그렇게 지 동생과 마주보며 물을 빨아 마셨습니다. 병원에서 첫 대면을 한 날 “뻬이비! 뻬이비!” 하며 신기해 하고 예뻐하던 녀석이 은근 질투를 시작한
모양입니다. “자기, 이제 에밀리가 좀 크면
아주 정신 없을 거야. 여자아이라서 에이든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달라붙고 애교를 떨 테니까….” 이 같은 아내의 얘기에 저는 “아니, 나는 뭐니 뭐니 해도 에이든이 최고야!”라고 응수하지만 아내는 ‘어디 두고 보자’는 듯한 미소를 짓습니다. 딸아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에이든은 우리 집에서 3박 4일을 지냈습니다. 이전에
한번도 데리고 잔 적이 없어 괜찮을까 싶었는데 녀석과의 3박 4일은
정말 꿈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특히 아내와 제 사이에 누워 제 팔로 팔베개를 한 채 잠을 청하면서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하며
노래를 부를 때는 그 귀여움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아직 말은 서툴지만 절대음감을(?) 지닌
듯 음은 확실했습니다. 녀석은 크리스마스 라이트를 보며 “징글벨! 징글벨!”을 외쳤고 “비아이
안지오, 비아이 안지오…”를 비롯해 별의별 희한한 노래들을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을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스르르 잠이 든 녀석의 얼굴은 천사의 그것과
다름 아니었습니다. 신년모임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녀석이 저한테 꽉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두 팔로 제 목을 꽉 껴안고 두 다리로는 제 허리를 있는 힘껏 조였습니다. 지 엄마 아빠한테도, 할머니한테도 안 가겠다며 도리질을 치던 녀석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억지로 떼어내 아빠에게 넘겨주자 온 동네가 떠나갈 듯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물어보니 ‘지금은
열심히 뽀로로를 보고 있다’는 대답입니다. 녀석이 울음 끝이
길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렇게 우는 녀석을 떼어놓고 돌아서면 마음이 좋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딸아이 집을 나올 때는 지 아빠가 녀석과 함께 놀아주도록 하고 슬그머니 나오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됐습니다. 어찌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이 다시 시작된 겁니다. 그럼에도 한 주 한 주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에이든에 이은 에밀리의 사랑을 기대하면서…. ********************************************************************** 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