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7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곡성’을 우리도 한국 여행기간 중 개봉 초기에 봤습니다. 조금은 난해했던
그 영화를 보면서 저는 열네 살짜리 아역배우 김환희의 신들린듯한 연기에서 소름이 돋음을 느꼈습니다. 효진은 아빠 종구 (곽도원 분)를 향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라고 독기 어린 눈으로
대듭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한국에서는 ‘뭣이 중헌디?’의 각종 패러디 물이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얼마 전 속이 다 후련한 ‘뭣이 중헌디?’를 만났습니다. 6월 23일 방송된 JTBC ‘뉴스현장’에서 김종혁 앵커는 이렇게 클로징 멘트를 했습니다. “뭣이 중헌디? 오늘의 한 마디는
이겁니다. 아버지와 딸 뻘인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 화제가
될 만하죠. 그래도 언론의 정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걸
매 시간 중계하듯 보도하는 게 옳은 걸까요? (중략) 무엇보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불륜이 경제난, 청년실업, 미세먼지, 법조비리, 부도덕한 재벌, 울부짖는
가습기 피해자들보다 더 시간을 할애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겁니까? 도대체 뭐가 중요한 겁니까?” 정말이지 뭐가 중요한지가 마구마구 헷갈리는 요즘입니다. 국민들이 기껏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놨더니 새누리당이 자기 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들을 우르르 받아들여 제1당의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반면 두 야당은 모두 한심스런 흙탕물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2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의원이 전라북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이뤄내겠다는 겁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결국 ‘영남
신공항 건설’ 공약을 백지화 시켜 후폭풍이 거센 이 마당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같은 공약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뭐가 중한지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마구마구 쏟아내는 개념 없는 사람들을 단죄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당선이 되기 전까지는 그토록 애타게 ‘국민’을 찾다가 정작 게임이(?) 끝나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나쁜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에 그런 못된 인물이 하나 있습니다. 출세를 위해 자신의 아내까지 살해하고 각종 악행을 일삼아오던 변일재 (정보석
분)가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유세장을 돌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있습니다. 그가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오로지 국민,
국민입니다. 그런 인간 말종이 서울시장이 되는 비극이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그의 행태를 보면서
오버랩 되는 인물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내일이 호주 연방총선일입니다. 저도
아침에 산행을 마치고 투표장에 갈 겁니다. 참 어려운 얘기이긴 하지만 누가 되든 그냥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주경제도 옛날 같지 않고 한국경제 또한 엉망인 터라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 교민경기도 부쩍 안 좋습니다. 선거 때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큰절까지 해가며 ‘민주’와 ‘국민’을 파는 나쁜 사람들, 이런저런 공약들만 남발해놓고 지킬 능력도, 지킬 생각도 없는 못된 사람들은 한국에서든 호주에서든 국민들이 안 뽑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키는 ‘정치공학기술자들’의 복잡미묘한 세계를 정확이 알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진정 묻고 싶은 건 바로 이 한 마디입니다. 뭣이 중헌디?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