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낮에도 나옵니다 “에이, 무슨 소리야. 낮에 갈치가 나오다니….”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몇 년 동안 아쿠나베이에서 갈치낚시를
해왔지만 녀석들은 언제나 날이 어둑어둑해져야 움직임이 시작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주 전 토요일, 산행을 마치고 처음
그곳을 찾았습니다. 말로만 들어왔던 뉴카슬… 해마다 2, 3월이 되면 갈치가 쏟아져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 동안 우리는 단 한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 멀기도 할뿐더러 낚시를 하고 늦은 밤 혹은 새벽에 운전을 하고 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곧장 도착한 뉴카슬 갈치낚시터는 방파제쯤으로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커다란 포구(Port)였습니다. 아쿠나베이의 열 배, 아니 스무 배 이상 더 커 보였고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낚시하기에도 안전할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로 놀러 가기에도 편안한 여건이었습니다. 오후
한 시쯤이었지만 군데군데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가까운 오른쪽 초입에
자리를 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왼쪽 끝이 포인트였지만 우리는 늘 그래왔듯
사람이 적고 편안한 곳을 택했습니다. 잠시
후 심심풀이 겸 낚싯대를 던져 넣었는데 얼마 안가 입질이 왔습니다. 이른 오후 시간이니 테일러나 옐로테일이겠거니
하며 낚싯대를 걷어 올렸더니 세상에… 은빛이 반짝거리는 갈치 한 마리가 달려 있었습니다. 정말
낮에 갈치가 잡힌 겁니다. 하지만 사이즈가 작아 보여 녀석을 놔주고 다시 낚싯대를 던졌는데 금세 또
한 녀석이, 그 다음에도 또 다른 녀석이 낚싯대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아쿠나베이 갈치에 비해 사이즈가 작다고 생각해 계속 보내줬지만 알고 보니 거기에서는 그게 정상 사이즈였습니다. 그때부터
아내와 저의 본격적인 ‘갈치사냥’이 시작됐습니다. 원래 남들보다는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조금 더 잘 잡긴 하지만 뉴카슬 갈치들은 아쿠나베이 갈치에 비해 쉬웠습니다. 녀석들은 떼로 몰려와서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물어줬습니다. 연신
녀석들을 잡아 올리며 우리는 “뉴카슬에는 갈치가 백만 마리쯤 있나 봐!”라고
외쳤습니다. 그날
아내와 저는 채 두 시간도 안돼 우리의 몫으로 갈치 스무 마리를 챙겼습니다. 이후 아내와 저는 계속
덤벼드는 녀석들을 잡아 뒤늦게 도착한 산행멤버들에게 주기도 하고 유모차를 밀고 가다가 침을 흘리는(?) 중국인
아기엄마에게도 몇 마리를 줬습니다. 용감하고
간 큰(?) 사람들은 ‘1인당 10마리 제한’ 규정을 어겼다가 벌금을 7000불, 15000불 내기도 했고 한 중국인 여성은 최대벌금인 22000불을 맞고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소심한
A형, 그것도 ‘트리플
A형’인 우리는 늘 우리의 몫인 20마리만 채우고 더 잡은 갈치는 옆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줍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뉴카슬… 우리 집에서 편도 150킬로미터인
그곳이 이제는 몇 번 다니다 보니 제법 친숙해졌습니다. 아내와
저는 주말 그리고 이스터 연휴 동안 몇 차례 그곳을 다녀왔고 갈 때마다 20마리를 챙겨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즐겁고 개운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난주부터는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한창 쏟아져 나올 때는 일곱 살짜리 꼬마가 낚싯대를 던져 넣어도 물곤 했답니다. 뉴카슬에서
낮에 갈치가 나온 건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2월부터
시작된 뉴카슬 갈치는 3월에 절정에 달했고 4월부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가 5월부터는 확연히 줄어든다는 게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조금
늦게 뉴카슬 갈치 대열에 합류한 아내와 저는 그래도 웬만큼 재미를 봤습니다. 아직은 녀석들의 얼굴을
종종 볼 수 있으니 4월 한 달은 힘닿는 데까지 뉴카슬 갈치들과 친하게 지내볼 생각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