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저씨… 임신 7개월인 아내와 기분 좋은 외식을 하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담배연기가 솔솔 풍겨옵니다. 범인(?)은 옆자리의 중년남자였습니다. 그 남자는 금연표시가 붙어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습니다. 담뱃불을 좀 꺼달라고 이야기하자
그는 “너 몇 살이야?” 하며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아저씨, 여기 임산부도 있는데….”
그 중년남자의 고성이 이어집니다. “임신이 뭐 대수야?” 그날 식당 안에서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 남자는 술병까지 집어 들고 위협을 가하다가 급기야 남편의 뺨을 때리고 이마로
얼굴을 들이받기까지 해 입술 위쪽과 안쪽 일곱 바늘을 꿰매야 했습니다. 그 중년남자는 대기업 이사였는데
사과는커녕 끝까지 변호사 뒤에 숨었습니다. 그날도 그 남자는 그 사건이 있기 전 자신을 식당까지 데려다
준 대리기사의 귀싸대기를 때리며 난리를 쳐 동생이 대리기사에게 돈 몇 만원을 집어주며 간신히 수습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의 한 식당에서 있었던 실제상황인데 13일 방송된
‘SBS 스페셜-아저씨, 어쩌다
보니 개저씨. 개저씨를 아십니까?’에 소개 됐습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개저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개+아저씨’라는 의미의 개저씨는 ‘자신의 나이와 지위를 무기로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40대 중반 이상의 중년남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제자들이나 부하직원들에게도 “남자친구 있다며? 그래, 남자친구랑은 어디까지 갔어?”
혹은 “어젯밤에 누구랑 뭘 했길래 이제 기어 나오는 거야?”
등의 성희롱이나 막말들을 일삼곤 합니다. 2013년 4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라면이 덜 익었다며 여섯 번이나 다시 끓여올 것을 요구하다가
폭언과 폭행까지 했던 ‘라면상무’는 개저씨의 표본이었고 그
유명한 2014년 12월의 ‘땅콩회항’도 성별만 다를 뿐 엄연한 개저씨의 행동이었습니다. SBS
스페셜에서
제시한 개저씨 체크리스트입니다. 나는, 우리는 과연 몇 가지나
해당이 되는지 짚어봐야겠습니다. 1) 식당 직원이나 알바생에게 반말을 한다. 2) 상대방의 사생활을 캐묻는다. 3)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벼운
스킨십이나 성적인 농담을 한다. 4)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폭언 또는 폭행을 한다. 5)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므로 반드시 참석하라고
강요한다. 6) 직장후배에게 업무 외의 개인적인 일을 시킨다. 7) 자신의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 강요한다. 아울러 그 프로그램은 40대 중·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남자가 개저씨가 되지 않기 위한 지침도
줬습니다. 역시 참고해둬야겠습니다. 1) “올해 나이가? 나는 4학년 8반인데….” 나이를 묻지 말라. 자신의 나이를 알리는 척하면서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지 말라. 2)
“남자친구가
군인이라고?” 함부로 호구조사 하지 말라. 차라리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봐라. 3) “왕년에 나는 말이야, 새벽 다섯
시까지 술 마시고 여섯 시에 멀쩡하게 출근했던 사람이야.” 쓸모 없는 무용담을 멈춰라. 4)
“내가
딸 같아서 하는 소린데….” 당신의 직원 혹은 당신의 이웃은 당신의 딸이 아니다. 심지어 딸들도 이런 얘기는 싫어한다. 5) “니들, 내가 누군지 알아?” 당신의 지위로 대우 받으려 하지 말라. 6)
“나는
내가 개저씨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당신도 언제든 개저씨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그러면 당신은 개저씨가 아닌 아저씨, 어른에 가까워질 것이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