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달인들?! “내가 분명히 오늘까지 마감하라고 했잖아!” “어제 오후 3시 45분, 부장님 취재지시 받고 그때부터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계속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시끄러워! 뭘 잘했다고 꼬박꼬박 말대꾸야?”
“부장님, 속은 지금 제가 더 탑니다. 이런저런
줄들을 곳곳에 대놓고 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마감을 앞둔 옆 부서 최달호 부장과 이미선 기자의 말싸움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최 부장은 계속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고, 이미선 기자는 차가우리만치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꾸하고 있었습니다.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오늘 밤 12시 안으로 마감시켜!” 최 부장이 다시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아니, 부장님. 왜 계속 소릴 지르고 그러세요? 다른 부서 사람들이 다 쳐다 보잖아요. 제가 무슨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니고.” “뭐야? 그럼 내가 지금 소리 안 지르게 생겼어? 부장이 하라면 해야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 어떻게 해서든 오늘
밤 12시
넘기지 말고 마감시켜! 에이 싸가지 없는…” 순간 이미선 기자가 가방을 들고 일어섰습니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흥분을 더해가고 있는 최 부장을 향해 나직한 말투로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소리만 지르면 단 줄 알아. 그렇게 잘 하면 지가 한 번 해보지.” “야!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최
부장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전화기를 집어 던졌습니다. 그러는 최 부장을 차갑게 흘겨보며 던진 이미선 기자의 마지막 차가운 한 마디… “병신 같은
게 지랄이야.” 바로 옆자리에서나 들릴만한 낮은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이미선 기자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최 부장은 계속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싸움은 누가 봐도 최달호 부장의 KO패였습니다. 처음부터 흥분하며 길길이 날뛰는 최 부장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
인간 저거 또 지랄 떤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가운데에서도
수석기자 이미선은 냉정하리만큼 차분하게 대처했던 겁니다. 윗사람은 싸움에서 이겨도 지는 것이고 비겨도 지는 법이며, 질 경우에는
더더욱 큰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어떤 싸움에서든 먼저 흥분하고 소리치는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결혼한지 25년이 다 돼가는 부부가 그 동안 부부싸움다운(?) 부부싸움 한 번 못 해보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들
사이에 전혀 싸움거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열을 내고 난리를 칠 때 ‘한 쪽이 당장은 참아주는 것’이 싸움을 피하는 요령이었습니다. 주로 아내가 참아주는 쪽이었는데, 아내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 앉고 냉정을 되찾았을 때 남편과의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남편의 사과를
받아내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자기가 잘못한 경우라도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더더욱 소리 치고 떠들게 됩니다. 열 받아 씩씩거리는 남편 코 앞에 대고 “때려봐! 때려봐!” 하면 아무리 순둥이인 남편이라도 정말 손이 올라가게 됩니다. 잘못을 하고도 적반하장으로 길길이 뛸 때 일단은 “그래 너 잘 났다” 생각하며 참아주는 것! 당장은 손해보고 지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이기는
방법입니다. 제 아내는 결혼 25년이 다 돼가는 동안 지랄
같은 성격의 저한테 그렇게 이기며 살고 있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