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행복’이라는 이름의 조각들… #8032022-07-23 21:37

행복이라는 이름의 조각들

 

차 안에서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따끈따끈 갓 구워낸 프라이드 치킨옆자리의 아내는 김까지 모락모락 나는 치킨을 호호 불어가며 뜯어서 연신 제 입에 넣어줍니다.

 

바보 같은 아내는 늘 그렇듯이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제 입에 넣어주는 양이 훨씬 많습니다. 핸들을 잡고 있는 저로서는 그저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부드럽고 바삭바삭 맛있다. 그치?” 낚시터로 향하는 우리의 입과 얼굴에는 그렇게 행복이 가득합니다. 금요일 오후코리아타운도 잘 나왔고 다른 신문, 잡지들에 대한 분석도 마쳤으니 한 주 동안 열심히 일한 우리 자신에 대한 보상(?)을 시작하는 겁니다.

 

아직은 추운 날씨, 갈치들도 이제는 그 모습을 뜸하게 드러냅니다. 입질도 별로이고 해서 추위도 달랠 겸 라면 세 개를 끓였습니다. 집에서는 둘이서 두 개 갖고도 쩔쩔매는데 희한하게도 낚시터에서는 세 개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웁니다. 오면서 치킨까지 먹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날 밤 우리는 전체적으로 두 마리 나온 갈치 중 한 마리를 챙겨 들고 아홉 시쯤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마시는 향 짙은 커피 한잔아내와 저는 그걸 행복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주말은 사실상 목요일 저녁에 시작됩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목요일 저녁 일찌감치 마감을 끝내고는 아내와 둘이서 작은, 그러나 기분 좋은 술판(?)을 벌입니다.

 

지난주에는 번데기탕, 골뱅이소면무침, 오징어순대, 오뎅탕, 계란찜 그리고 특별히 멍게가 올라왔습니다. 비록 냉동제품이지만 멍게 특유의 향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몇 잔의 술늘 큰돈 들이지 않고 이것저것들을 준비해주는 아내가 고맙습니다.

 

일주일마다 버려지는(?) 책이지만 저는 나름 심혈을 기울입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매일 밤 열두 시, 일이 많을 때는 새벽 두세 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코리아타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수요일 오후에는 딸아이 집엘 잠깐 들릅니다. 옛날에는 1년에 두세 번 있을 정도였던 딸아이 집에서의 시간이 손금도둑놈이 태어나고 나서는 일주일에 한번은 아주 자연스럽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는 녀석과 함께 하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은 금세 지나갑니다. 지난 주에는 우리가 잡은 싱싱한 갈치로 딸아이가 갈치조림을 맛있게 만들어 행복의 크기를 더해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수요일의 행복은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까지 이어집니다. 토요일 오전시간은 아내와 저에게 있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시간이 됩니다. 네 시간 동안의 산행이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우리 시드니산사랑멤버 전원이 참가한 가운데 산행 후 작은 파티가 이어졌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서로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와 우리의 식탁은 풍성 그 자체였습니다.

 

아직도 온기가 가시지 않은 노란 시루떡,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온갖 해물과 야채가 가득한 부침개, 두부김치, 나박김치, 수박그리고 위스키, 막걸리, 맥주까지 쏟아져 나왔습니다.

 

센 술은 운전대를 잡지 않는 회원들 몫이 됐지만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 한 캔으로도 우리의 엔돌핀은 팍팍 솟았습니다. 누군가의 아이구, 이렇게 먹어대니 오늘 운동한 건 다 꽝 됐다!” 소리가 우리의 행복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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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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