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원칙 “아기 보고 싶지 않아?” “아니. 하나도 안 보고 싶어. 이젠 하도 봐서 지겨워.” “흥!” 딸아이와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입니다. 딸아이는
가끔씩 뜬금없이(?) 아기 보고 싶지 않느냐며 저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어딘가 가야 하는데 아기를 우리한테 떠넘기고(?) 싶은 겁니다. “왜? 어디 가니?” “응, 약국 갔다가 장도 좀 보고
톱라이드 쇼핑센터에도 갔다 오려고… 근데 우리가 아기 데리고 가도 돼.
괜찮아…” “엄마가 아기 데려다 놓고 가래.”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ㅎㅎㅎ…” 그렇게 우리는 ‘부부사기단’에게서 ‘손금도둑놈’을
넘겨받아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쥐새끼작전(?)을 써서 아기를
우리에게 맡긴 딸아이 부부는 보통 세 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다가 옵니다. 애가(?) 애를 낳은 상황인지라
딸아이도 편하게 제 신랑이랑 다니고 싶을 것이고 추운 날씨에 아기가 오랜 시간 밖에 있는 건 별로 안 좋다는 생각에 우리가 아기를 맡아주기로 하는
겁니다. ‘엄마한테 아기 맡길 생각은 아예 하지 마라.’ 결혼 전부터 숱하게 들었던 이 원칙을 딸아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날이 풀리고 아기가 좀더 크면 우리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연히’ 아기를 안 봐줄 겁니다. 이런 우리를 보고 주변사람들은 ‘별나다’고 합니다. ‘아기가 예뻐서라도 맨날 데려오라 할 텐데 참 이상하다’는 겁니다. 솔직히 아기는 안 예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만 보면 더더욱 방긋방긋 웃는 녀석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 원칙은 꼭 지키려 합니다. ‘아기는 엄마 아빠가 책임지고 키우는 게 맞고 아기 때문에 우리가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좀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결혼과
동시에 홀시어머니 그리고 허니문 베이비로 생긴 아들녀석과 두 살 터울로 태어난 딸아이에 얽매여(?) 살았던
아내를 또 손주들 (우리 표현대로 하자면 조카들) 때문에
다시 묶이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저에게 온 아내는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가 왠지 며느리에게는 모질게(?) 굴어야 한다는
정서를 가진 분들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이고 나보다는 남에게, 그리고 집안 일보다는 회사 일에 더 큰
비중을 뒀던 찌질한 남편 때문에 더더욱 고생을 했을 겁니다. 아기를 우리 집에 데려다 놓고 제 신랑과 함께 차에 오르는 딸아이를 보면서
그 시절의 아내를 떠올립니다. 자가용 승용차는커녕 어려운 살림살이에 잠시의 외출마저도 쉽지 않았던 상황들을
묵묵히 참고 견뎠던 아내였습니다. 그때는 어리기도 하고 생각도 짧아 아내를 더더욱 힘들게 만들었던 터라 지금이라도
아내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겁니다. 지난 일요일이 딸아이 생일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하루를 앞당겨 딸아이 생일파티를 가졌습니다. 생일 당일에는 아기 걱정 없이 하루 종일 제 신랑이랑
편안하게 데이트를 즐기게 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딸아이 부부는 그날 열 시간 남짓 아기를 우리한테 데려다 놓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겼습니다. ‘부부동반 모임이라든지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아기를 봐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너희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 부부가 정해놓은 ‘조카인
듯 조카 아닌 조카 같은, 손주 봐주기 원칙’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