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도 오랫동안… 정말이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모양입니다. 한 달여 동안의 고생과 노력으로 잔디를 깐 후 ‘이젠
됐다, 끝났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잔디를 새로 깔고 며칠이 지나면서 군데군데 누리끼리한 모습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겁니다. 주로 잔디더미가 이어진 부분이나 조각을 잘라 붙인 부분들이 그랬습니다. 물도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주고 영양제까지 챙겨줬는데…. 생각해보니 물을 주긴 줬지만
‘제대로 안 줬다’는 게 문제가 된 듯싶었습니다. 평소 텃밭이나 화단에 주듯 가볍게(?) 물을 준 데다가 공교롭게도
잔디를 깐 그 주에 두 번이나 30도가 넘는 기습폭염이 찾아왔었습니다.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 고생을 하고 깐 잔디인데 행여 잘못 되기라도
하면…. 모든 것들이 자리를 옮기면 처음 얼마 동안은 뿌리 앓기를 한다지만, 그리고 잔디라는 녀석들이 워낙 생명력이 강하긴 하다지만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녀석들에게 물주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흠뻑, 아주 흠씬, 질퍽거릴 정도로 물을 줬습니다. 아침에는 출근 전 여섯 시부터 두
시간 넘게, 저녁에도 그만큼씩 하루에 두 번 그렇게 정성을 쏟았습니다. 일주일을 그렇게 했더니 녀석들이
점차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부터는 누런빛이 보이는 부분들에만 집중적으로 물을 줬습니다. 그러자 잔디들은 이음새 부분까지도 잘 안 보일 정도로 울창해졌고 우리의 속을 태우던 누리끼리한 부분들도 푸릇푸릇
초록빛이 돼갔습니다. 새삼스런 이야기이지만 세상
모든 일은 다 정성을 쏟은 만큼 이뤄지고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완연한 초록빛을 띠며 폭신폭신
기분 좋은 촉감을 주는 녀석들과 함께 진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깁니다. 그 위를 보랏빛으로 덮어줄
자카란다 꽃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잔디를 새로 깔고 나서 우리
집을 다녀간 몇몇 가까운 지인들은 한층 더 깔끔하게 업그레이드된 우리 집을 향해 이구동성으로 ‘예쁘다!’를 연발합니다. 그냥 얼핏 보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도 싶지만 우리는 새 잔디와 더불어 텃밭이며 화단이며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꿔놨습니다. ‘완전
방전’ 상태에서 회복된 아내는 잔디가 생기를 되찾자 본격적인 텃밭 가꾸기와 화단 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잡초들을 막기 위해 Weed Mat를 곳곳에 깔고 우드 칩도 15포대를 투하(?) 했습니다. 그리고 2백개의
알록달록 벽돌로 화단 경계석도 예쁘게 세웠습니다. 소녀 감성의 아내는 그렇게 잘 정돈된 정원을 마치
동화 속 인형나라처럼 꾸며놨습니다. 어느덧 상추가 끼니마다 식탁에
오르고 있고 깻잎모종은 수백 개가 텃밭을 뒤덮고 있습니다. 호박도 여러 개가 달렸고 딸기도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방울토마토, 한국고추, 옥수수 등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오렌지, 레몬, 복숭아 나무에도 작은 열매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배, 사과나무도 잎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뒷마당 한 켠에
새로 만들어놓은 숯불바비큐 그릴에서 아내와 함께 돼지갈비를 맛있게 구워 먹었습니다. 가스바비큐와는 또
다른 맛과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폭신한 잔디밭에 누워서 바라보는 푸르디 푸른 쪽빛 하늘은 청아 그 자체였습니다. 두 달 가까이 잔디며 텃밭, 화단에 매달려 있었던 아내와 저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는
좋은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이 아름다움과 행복, 감사함을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이제
두 달 남짓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