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차례 산을 넘다 아침 일찍 대형트럭이 우리 집 드라이브웨이에 쏟아놓고 간 ‘어마무시한’ 양의 흙더미…. 저걸
언제 다 옮겨놓나 싶었는데 마침내 거대한 산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새 잔디를 깔기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 새로
우리 집에 오는 녀석들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각종 영양분이 듬뿍 들어있는 흙을 더해주는 작업입니다. 그 많은 양의 흙을 뒷마당까지 나르는 일은 그야말로 대 작업이었습니다. 처음 예정했던 대로 아내와 저 둘이 했더라면 모르긴 해도 2박 3일은 족히 걸릴 만한 일이었습니다. 남 돕는 일, 봉사를 즐겨 하는
가까운 지인이 우리를 위해 발벗고 나서줬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놀러 왔다가 우리 집 뒷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는 스스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겁니다. 탁월한 근면성에 손재주까지 좋은 그는 우리에게 작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들을
준비시키고는 자신의 손으로 이런저런 도구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냈습니다. 애초에 아무런 장비나 도구도 없이 흙을 나를 생각을 하고 있던 ‘용감 무식한’ 우리 부부는 그 지인의 도움으로 고생도 덜하고 일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서 고생을 자처한 ‘바보 지인’과 함께 하루 종일 흙을 퍼 날랐고 저녁 무렵 딸아이 신랑과 딸아이 그리고 아들녀석이 작업에 합류했습니다. 그 많던 흙들이 모두 뒷마당으로 옮겨진 순간, 사방은 이미 깜깜해져 있었습니다. 고마운 지인 덕분에, 아이들이 힘을 합쳐준 덕분에 그렇게 우리는 또 한번의 큰 산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구, 아구구구구구…” 아내나 저나 움직일 때마다 우리도 모르게 이런 신음소리가 나옵니다. 손과
발 여기저기가 까지고 물집이 잡히고 난리도 아닙니다. 하긴 한 달 가까이 이 짓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모든 일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더해지게 마련이지만 그 넓은 땅을 또
다시 파게 될 줄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기존 잔디와 잡초를 파낸 땅에 약을 쳐주고 흙을 더한
후 잔디만 깔면 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흙을 얹기 전에
다시 한번 땅을 파헤쳐줘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1백 50스퀘어미터에 달하는
뒷마당을 삽 한 자루씩을 들고 또 다시 파헤쳤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우리는
내친 김에 앞마당 왼쪽 20스퀘어미터까지 추가로 파헤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오른쪽 넓은 부분까지 마저 건드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우리, 땅 파는 거 알바 할까? 잔디 까는 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중간중간 시원한
물을 들이켜며 우리는 이렇게 웃곤 했습니다. 주변을 서성이며 굼벵이를 잡아먹는 블랙앤화이트들에게 먹이를 찾아 던져주며
우리는 정말 열심히, 열심히 땅을 팠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삽질을 했고 이제 다시는 땅 파는 일 같은 건 안 하기로 했습니다. 어찌 됐거나 이제 새로운 잔디를 깔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돌아오는 일요일 아침 일찍 잔디가 도착하면 우리는 딸아이 부부와 아들녀석, 그리고
그 바보 지인과 함께 마지막 피치를 올릴 겁니다. 그렇게 새 잔디가 깔리고 나면 예쁘게 업그레이드 된 우리 집에서 수고해준
사람들과 함께 축하파티를 열어야겠습니다. 그때쯤이면 우리 집 뒷마당에는 보랏빛 자카란다가 만발해 있을
겁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