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해지셨어요” “어, 여기 조심하세요. 아주 미끄러워요. 까만 데 밟으시면 안 되고 하얀 데 밟으세요. 그렇죠, 그렇죠, 조심조심….” 앞서 가던 회원 두 사람이 멈춰 서서 뒤에 오는 회원들을 챙겨줍니다. 한 사람이 미끄러지자 다른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기다린 겁니다. 덕분에
나머지 회원들 모두는 무사히 그곳을 지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비가 꽤 여러 번, 많이 왔던 탓에 우리의 산행코스에도 이런저런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커다란
나무 몇 그루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었고 땅도 많이 질척거릴뿐더러 여기저기가 미끄러운 상태였습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개울들도(?) 생겼고 작은 폭포들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나무 냄새, 흙
냄새, 물 냄새가 훨씬 강하게 풍겨왔고 물 소리, 새 소리도
더 맑고 청아하게 들려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산행을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 냄새’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잘 생긴 한국청년’ 네 명을 만났습니다. 산행 중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길을 내주곤 했는데 그날은 익숙한 인사 “안녕하세요?”가
들려와 더더욱 반가웠습니다. 그 이른 시각에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참으로 건강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산행을 하는 푸른 눈동자의 꼬마아이 둘과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굿
모닝!”을 외치는 꼬마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뻐 한참을 뒤돌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와 산행을 즐기는 그 아이들은 건강은 물론 엄마 아빠의
사랑까지를 다 얻고 있는 겁니다. 새삼스레 “우리 아이들한테도
어렸을 때 저렇게 해줬더라면…” 하는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산행 중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니
모두가 웃는 얼굴입니다. 서로를 배려하며 챙겨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끔씩은 스무 명 남짓 무리를 지어 산행하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만납니다. 그들은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며 우리 일행이 모두 지날 때까지 한쪽으로 서서 기다려줍니다. 그렇게 아침 일찍 네 시간 남짓 산행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며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슬림해지셨어요.” 며칠 전 점심시간, 식당에서 만난 광고주 한 분이 건넨 인사입니다. 매일 보는 사람들은
잘 못 느껴도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제가 날씬(?)해지고 얼굴색이 좋아진 걸 알게 되는 모양입니다. 매일 한 시간씩 러닝머신과 함께 하고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산행을 계속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허리가 안 맞아서 꿈도
못 꿨던’ 사이즈의 청바지를 아주 기분 좋게 입고 있습니다. 우리 산행회원들 중에는 60대
중반, 후반, 그리고 70대
회원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항상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펄펄 날고’ 있습니다. 매주 가는 코스임에도 여전히 헉헉대는 아내와 저는 “우리도 열심히
하면 저분들처럼 될 수 있겠지?” 하며 서로를 격려하곤 합니다. “뭐? 매주 토요일이라고? 한 달에 한 번 아니었어?” 연초에 산행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서
‘매주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는 얘기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중독’에 빠졌습니다. 산행에는 건강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행복 그리고 사랑이 들어 있습니다. 건강을, 행복을, 사랑을 생각하신다면 꼭 산행을 시작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특히
‘몸에 아부하며 살아야 할 나이가 되신 분’들에게는 더더욱
산행을 추천해드립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