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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돼지 갈비와 냉면, 그리고 행복 한 잔? #4292022-07-23 15:47

돼지 갈비와 냉면, 그리고 행복 한 잔?!

 

넓은 창 밖으로 대형 관광버스 한 대가 신호대기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는 외국인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연신 깔깔대며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회사에 나와 한 주를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스트라스필드에 있는 한 한국음식점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매운 돼지 갈비 3인분과 물냉면 한 그릇,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

 

모처럼 맛 있는 음식과 맛 있는 얘기로 편안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 소주 한 병은 운전 때문에 소심해진(?) 제가 반 잔을 거들고 아내 혼자 거의 다 마셨습니다.

 

아내는 연애시절, 맥주 반 컵만 마셔도 곧바로 어지러워 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러던 아내가 지금은 소주 한 병은 편안하게 마십니다. 기분 좋을 때는 두 병까지도! 술고래(?) 남편과 20년 넘게 살다 보니 그렇게 변했습니다.

 

그날도 아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재잘재잘(?) 즐거워했습니다. 그러한 아내의 모습과 창 밖의 모습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새삼 편안하고 행복한 그림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6년여 전,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 우리 가족은 어쩌다 7불짜리 월남국수 한 그릇을 먹을 때면 무척 행복해 했습니다. 밖에서 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고 소주를 마신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6년여를 열심히 살아내다 보니 우리 가족은 이제 넉넉지는 않아도 가끔씩은 밖에서 고기도 먹고 냉면도 먹고 소주도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그러한 지금의 상황 자체가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코리아 타운> 가족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저는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옵니다. 이런 저런 할 일들이 툭툭 튀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회사에 나왔다가 반가운 Fax 한 통을 받았습니다. 평소 저에게 잘 해주시는 변호사 한 분이 보낸 편지였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뭐라 표현 못할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 요즘 김 사장님이나 저나 너무 바빠 소주도 한 잔 제대로 하지 못하나 김 사장님 컬럼은 매주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김 사장님 컬럼처럼 월드비전에 가입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아들이나 하나 더…”

 

그날 저녁, 아내와 저는 다시 클립튼가든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또 다른 행복을 낚았습니다. 그날은 입질이 많지 않아 오늘은 물고기 대신 생각을 담아가야겠구나싶었는데 막판 피치로 열 세 마리의 커다란 고등어들을 담아 왔습니다.

 

어떤 분은 지난 주 당신 컬럼 읽고 클립튼가든에 갔는데 한 마리도 못 잡고 왔어. 스무 마리, 서른 마리 다 뻥이지?” 하셨습니다.

 

늘 그렇게 많이 잡히면 물고기 부자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저도 간신히 몇 마리, 또는 아예 빈 통에 이런 저런 생각들만 담아 온 적도 가끔 있습니다.

 

행복은 항상우리 곁에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 조금은 부족한 듯싶은 정도의 행복을 느끼고 그것에 만족할 때 진정한 행복은 시작되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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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