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7252022-07-23 20:56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네가 살림하는 주부냐?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제서야 들어와? 이젠 늙은 시에미더러 점심까지 직접 차려 먹으라는 거냐? 넌 친정에서 그렇게 배웠냐? , , , 보자 보자 하니까기가 막혀서 말이 다 안 나오네. 쯧쯧쯧…”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그렇게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옆 동 지은이 엄마의 제안에 따라 운동을 마친 동네친구들과 함께 모처럼 커피 한 잔 마시고 들어온 게 화근 아닌 화근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남편 출근시키고 두 아이들 학교 보낸 후 집 근처 백화점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과 수영을 하는 게 김현주씨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평소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낮 12, 현주씨는 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은 거실 소파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곤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항상 아침 일찍 아파트 노인정으로 출근해(?)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친구들과 지내다가 저녁때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는지 시어머니가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 사단이 난 것이었습니다.

 

엄마! 엄마! 우리 시엄마 진짜 너무해. 짜증나 죽겠어. 노인네가 완전 재수 없다니까!” 그날 오후, 2년 전 출가한 시누이가 불쑥 쳐들어와 시어머니와 얼굴을 마주합니다.

 

이야기인즉, 시누이가 전날 저녁 대학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술도 많이 마시고 내친김에 클럽까지 진출, 신나게 논 후 새벽 두 시에 집에 들어갔다가 시어머니한테 야단을 맞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시어머니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애가 모처럼 동창회에 나갔으면 그 정도는 놀고 들어와야지 그걸 가지고 웬 난리를 친다니? 막말로 외박을 하고 들어온 것도 아닌데. 네 시어머니, 처음부터 인상이 별로더니 사람이 아주 못쓰겠구나.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네. , 내가 최 서방한테 한 마디 해야겠다.”

 

시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훌쩍이는 딸의 등을 토닥거리며 연신 사돈을 향한 독설을 내뿜습니다. 주방에서 그런 모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현주씨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터져 나옵니다.

 

수영장에 갔다가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마시고 30분쯤 늦게 들어온 당신 며느리한테는 난리를 치던 시어머니. 그랬던 사람이 클럽에서 놀다가 새벽 두 시에 들어가 시어머니한테 혼난 당신 딸한테는 한없이 관대하기만 합니다.

 

요즘 저는 한국 KBS-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을 즐겨봅니다.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 가족 왕가네의 가훈이 입장 바꿔 생각하자입니다.

 

무슨 일이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상대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단 시어머니와 며느리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갑과 을의 문제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양자 사이의 갭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딸 같은 며느리, 아들 같은 사위, 결코 쉬운 명제가 아닙니다. 그 때문에 시월드처월드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고 내 며느리는 왠지 마음에 안 차지만 남의 집 며느리인 내 딸은 어떤 경우든 소중한이중잣대를 지닐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한 해 동안은 서로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시간들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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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