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못 잡아도… 요즘은 물고기가 전혀 안 잡힙니다. 낚싯대를
던져놓고 열심히 째려보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기만 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공을 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못 잡아도 우리는 꼭 갈치나 민어를 잡곤 해 ‘여기 물고기는 두 분이 다 잡아간다’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만 해도 남들은 다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갈치는 물론 민어를 열 마리도 넘게 잡아
주변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줬습니다. 그런데 요 몇 주 동안은 우리도 완전 ‘꽝’입니다. 많을 때는 50개도
넘는 찌들이 빽빽하게 떠있었지만 요즘은 여남은 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사람에 부대끼고 복잡하지 않아
좋긴 하지만 너무 입질이 없으니 심심합니다. 가끔은 낚싯대를 던져놓고 깜빡 잠이 들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눈을 감고 있다가 갈치를 잡은 적도 있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보다가 묵직한 낚싯대를 들어올리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요즘은 그런 행운마저도 따라주지를 않습니다. 어쩌다 입질을 해서 들뜬 마음에 낚싯대를 감아 올리면 꼬마, 아니
정말 작은 아기 스내퍼나 아기 옐로테일뿐입니다. 갑자기 저만치에서 후다닥 소리가 들립니다.
녀석이 또 사고를 친 겁니다. 낚시터에 사는 포썸입니다.
녀석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미끼봉투에 손을 넣어 마치 제 것인 양 정어리를 꺼내 먹곤 합니다. 가끔씩은 음식가방에서 샌드위치나 과자를 훔쳐 먹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쫓겨 달아나기도 하고 매를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녀석에게
우리는 경계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게 쫓겨 갔다가도 우리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옵니다. 우리가 녀석에게 정어리를 챙겨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녀석은 우리 옆에 앉아 정어리 한 마리를 맛 있게 먹었습니다. 얼마 전, 누군가가 버리고 간 깡통에 남아있던 옥수수를 먹으려고
머리를 넣었다가 깡통에 끼이는 바람에 한참을 고생하던 녀석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어?! 그 보기 어렵다는 별똥별이
낚시터에서는 종종 목격됩니다. 아내는 이미 여러 차례 봤고 저는 그날 처음으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봤습니다. 얼른 소원을 빌었습니다. 아내와 제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여자친구 하나 없이 찌질대는 아들녀석이 ‘영재’ 소리를 듣던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빌었습니다. 우리
회사가 계속 건실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모두 행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너무 많은 소원을
한꺼번에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아 다음에 또 별똥별을 만나면 그 다음 소원들을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날씨가 제법 추워져 점퍼를 입고 양말도 두툼한 걸로 신습니다. 한국에서나 쓸법한 털 달린 모자가 귀를 덮어주니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입질도
없고 심심하니 자꾸 주전부리에 손이 갑니다. 어느새 ‘오! 감자’ 큰 봉지 하나를 다 먹었습니다. 시계가 열한 시를 향해 치닫고 있고 이제는 접어야 할 시간, 몇몇 사람들은 밤이라도 새울 기세로 낚싯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흐르고 있고 아내와 저는 이런 생각과 저런 계획들을 나눕니다. 운전하는 제 입에 아내는 연신 과자며 빵을 넣어줍니다. 썬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나무 냄새, 숲
냄새가 우리의 마음을 한껏 정화시켜줍니다. 몇 주째 계속 허탕을 치면서도 우리가 매주 낚시터를 찾는
소소한 그러나 소중한 이유들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