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값진 선물 “엄마, 축하해. 이거.” “어머, 예쁘다! 나, 이거 지금 해야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아내는 그 자리에서 목걸이와 귀걸이를 바꿨습니다. 아내의
목과 귀에는 반짝반짝 예쁘고 앙증맞은 나비 모양의 액세서리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거봐. 여자한테는 반짝이는 게 최고라니까!”
엄마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딸아이가 옆에서 웃으며 거들었습니다. 발 아래로는 달링하버의
환상적인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엄마, 이것도.” 이번에는 무뚝뚝한
아들녀석이 엄마에게 노란색 박스 하나를 건넸습니다. 속에는 반짝반짝 예쁘게 빛나는 부엉이 한 쌍, 보석함이 들어 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 우리 ‘다섯
식구’는 시드니타워 맨 꼭대기에서 모처럼만의 사치를(?) 즐겼습니다. “엄마, 이번 주 일요일엔 우리랑 저녁 먹는 거다. 다른 데 가면 안 돼.” 딸아이 부부와 아들녀석은 그렇게 엄마를
위해 Mother’s Day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Swarovski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를 선물한 딸아이 부부나 부엉이 보석함을 준비한 아들녀석이나
만만치 않은 돈들을 썼을 겁니다. 게다가 기분 좋게 회전하며 시드니 야경을 보여주는 시드니타워 뷔페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까지 모두 아이들이 냈으니 어쩌면 아이들은 당분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식구들끼리는 어쩔 수 없이 닮는 모양입니다. 가족은 물론 가까운
사람들의 중요한 날까지 빼놓지 않고 챙기는 엄마 아빠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서 아들녀석이나 딸아이도 지금 똑같이 그 짓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딸아이 신랑도 우리랑 코드가(?) 비슷해 시시콜콜 이런저런 것 챙기기를
좋아합니다. 맛 있는 게 있거나 예쁜 게 있으면 ‘어머님
드셔 보시라고’ 또는 ‘어머님 드리려고’ 사 들고 옵니다. 지난 화요일이 딸아이 부부의 결혼 2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결혼한 지 2년쯤 됐으면 ‘사위’라는 표현을 스스럼 없이 쓸 만도 한데 아내나 저한테는 그 같은
표현이 여전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선영이 신랑’ 또는
‘딸아이 신랑’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본인한테는 ‘박서방’이라는
호칭은 어림도 없고 그냥 ‘종석이’라고 부릅니다.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이런 표현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편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결혼 후에도 딸아이 생일, 결혼기념일은 물론, 발렌타인 데이나 빼빼로 데이 같은 날에도 변함 없이 딸아이에게 초콜릿이나 장미바구니, 빼빼로, 인형 등을 선물하는 딸아이 신랑이 참 좋아 보입니다. 시드니에서 12년째 살고 있지만 시드니타워 뷔페레스토랑에서 시드니 야경을
즐기며 저녁식사를 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생각 해보면 저는 참 멋대가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이라도 멋진 곳에서 분위기도 잡고
그랬어야 했는데 늘 간다는 게 삼겹살 집 아니면 순대국집, 포장마차 이런 데뿐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가봤다는 남산 서울타워에 단 한 번도 올라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내는 그날 제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준 황정음의 ‘파란색 복재인
백’을 처음 들고 나가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고 아이들이 선물한 목걸이,
귀걸이, 보석함에 더없이 행복해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느끼는 더 큰 고마움과 진정한 행복은 우리 아이들이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을 겁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