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1년의 약속… #6762022-07-23 18:54

1년의 약속

 

에이딱 한 잔만 하지…” 작년 한 해 동안 참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가까운 지인들은 물론 딸아이, 심지어는 아내까지도 저한테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딱 한 잔을 강요하곤(?) 했습니다.

 

제가 술을 안 마시니까 주변사람들까지 덩달아 재미 없어진다는 원망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2012년 마지막 날까지 술을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자 저를 가리켜 참 지독한 사람이라고들 했습니다.

 

, , 마셔, 마셔, 놀면 뭐해?” 어느 술자리에서든 저는 참 호쾌하게 술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 우리, 파도 한 번 더 탈까? 에이, 술을 누가 짝수로 마셔? 이모, 여기 쏘주 한 병 더요!”

 

술잔을 피하거나 홀짝거리는 일은 결코 없었고 술잔을 잡으면 무조건 원샷이었습니다. 남들이 저에게 주는 술잔은 그 자리에서 거침없이 되돌려줬습니다. 이렇게 2, 3, 4, 때로는 올 나잇으로 이어지는 술자리가 저는 즐겁기만 했습니다. 밤새 술을 마시고는 옷만 갈아입고 곧 바로 출근한 적도 꽤 자주 있었습니다.

 

주량이 얼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을 한 건 실제로 제가 얼마나 마셔야 취하는지를 몰라서였습니다. 함께 마시던 사람들이 기절해서 늘 뒷수습을 책임졌던 기억들이 새롭고, 주변에서는 김태선 기자랑 술 대결 하는 건 곧 죽음이다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돌았습니다. 밤새도록 술을 마셔도 도무지 취하지를 않아 스스로에게 화가 난 적도 꽤 많았습니다.

 

김 사장님 칼럼 보니까 술 엄청 좋아하시던데 요즘도 그렇게 많이 드세요? 이젠 나이도 있고 한데 몸 생각해서 조금씩 줄이셔야지요?” 재작년 가을쯤 한 광고주께서 저에게 던진 이야기입니다.

 

그래? 지금은 어쩌다 보니 술을 마셔도 옛날처럼 끝이 안 보이게 마시는 것도 아니고 겨우 몇 잔 홀짝거리는 수준인데그럼 시험 삼아 이 참에 딱 1년만 술을 끊어볼까?’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에는 정말이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1년을 지냈습니다. 지독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사실, 1년 전 새해를 맞으면서 저는 세 가지 약속을 정했습니다. 첫째, 2012 11 26일에 리즈 계약이 만료되는 사무실그래, 감당할 수 있는 무리를 해서 이번 기회에 우리회사 자체사무실을 하나 사자. 둘째, 2012년으로 뽑은 지 5년이 꽉 차는 자동차할부도 끝나고 하니 조금 나은 차로 바꿔 타자. 셋째, … 2012년 한 해 동안에는 딱! 끊어 보자.

 

결론적으로, 저는 작년에 목표했던 세 가지 약속을 모두 지켜냈습니다. 좋은 사무실을 구입하기 위해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둘러보다가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자 곧 바로 우리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후보에 올렸던 몇 가지 브랜드와 다양한 모델들을 치밀하게 비교 분석하는 노력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에 있어서도 만족할 만한 선택을 했습니다.

 

술은 일종의 제 자신과의 약속, 의지 테스트였습니다. 학교 때 이상하게 안 풀리는 문제가 나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풀어내고야 말았던 오기,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꼭 해내야 할 취재, 반드시 끝내야 할 기사가 있으면 밥도, 잠도, 그 좋아하는 술도 제쳐두고 그것에 매달렸던 그런 오기 같은 거였습니다.

 

, 올해에는 술을 한 달에 한 번씩만 마시는 걸로 정했습니다. 가족들 생일, 결혼기념일, 아내와 처음 만난 날, 크리스마스, 설날기쁘고 의미 있는 날에만 술을 마시는 겁니다. 작년에 훌륭하게 약속을 지킨 데 대한 저 자신에 대한 포상 개념이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치는 것도 작은 행복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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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