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종업원’ 그 후 새해 첫 출근을 하루 앞둔 지난 일요일 오후, 아내와 저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나가 이런저런 정리들을 했습니다. 무더운
날씨 속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음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묵은 해의 찌든(?) 때를 벗고 점차 깔끔해지는
사무실을 보면서 아내와 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월요일에 직원들 출근하면 같이 하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주위의 핀잔 아닌 핀잔도 있었지만 새해 첫 출근,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코리아타운> 가족들이 기분 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던 게 아내와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웬만큼 됐다 싶어 허리를 펴며 시계를 봤더니 이미 오후 네 시가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웬일이람… 점심까지 굶고… 날씨도 더운데 어디 가서 시원한 냉면 한 그릇씩 먹을까? 우리는 냉면 두 그릇에 해물파전 하나를 시켰습니다. 고기를 먹는 것도 아닌데 역시나 정갈한 그릇에 담긴 반찬들이 열 한 가지나 나왔습니다. “저 친구야…” 손님이 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던 터라 식당에는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열명 가까이 되는 종업원들이 열심히
저녁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속에 지난 10월
우리에게 작은 감동을 줬던 그 청년이 섞여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몰려든 손님들로 주방에 로드가 걸려 주문한 음식들이 심하게 늦어지자 1층과 2층을 날렵하게 오가며 손님들이 언짢아하지 않도록 일일이 챙겨줬던
그 ‘보석 같은 종업원’입니다. 그는 속된 말로 ‘짬밥’이 좀 있는지 동료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간간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후 중국인 손님들이 두 팀 들어오자 그는 번개 같이 다가가 그들을 안내하고 주문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키도 크고 잘 생긴, 목소리까지 좋은 그 청년의
기분 좋은 모습 때문에 냉면도 해물파전도, 열 한 가지 반찬들도 더더욱 맛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맛 있게 드셨어요? 냉면 두
개에 해물파전 한 개, 46불입니다. 감사합니다.” 거스름돈 4불을 건네준 그 청년은 정리하고 있던 박스에서 싱싱한
자두 두 개를 꺼내 제 손에 쥐어줬습니다. “잠시만요. 이거 두 개 더 드세요!” 돌아서려던 저에게 자두 두 개를 더 쥐어주며 씩 웃어 보이던 그 ‘보석
같은 종업원’은 그날 저에게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또 한 번 채워줬습니다. 그 청년으로 인해 2013년을 더 기분 좋게 더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2주 휴가기간 동안 2박 3일 일정으로 멜번엘 다녀왔습니다. 11년 넘게 호주에 살면서 멜번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패키지투어로 다녀왔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여행이었겠지만
많이 재미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Fairy
Penguin들과 함께 했던 동화 속 세상, 가슴이 탁 트이던 Great Ocean Road에서의 하루, 그리고 100년도 넘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던 소중한 시간들… 여행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새삼 실감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멜번에서의 행복했던 시간들은 이번 호부터 세 차례에
걸쳐 <코리아타운> 지면을 통해 애독자 여러분과
나누기로 합니다.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은
휴가기간 동안 기분 좋은 일, 기쁜 일, 행복한 일 많으셨는지요. 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은 대로, 뜻한 대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2013년은 ‘용감한 녀석들’의
외침대로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살기로’ 이어지는 힘찬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