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보석 같은 종업원? #6662022-07-23 18:28

보석 같은 종업원?!

 

죄송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손님들이 오시는 바람에주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해 정말 죄송합니다. 우선, 음료수 좀 갖다 드릴 테니까 시장하시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청년은 이내 쟁반에 캔 음료수 일곱 개를 담아 갖고 돌아왔습니다. 다행이 그 손님들도 심하게 컴플레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비큐를 주문한 것 같았는데 우리보다 훨씬 일찍 와있던 듯 보였습니다.

 

2주 전 토요일이었습니다. 이스트우드에서 Granny Smith Festival이 열리고 있어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행사장에 갔다가 시원한 냉면 생각이 나서 한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1층은 이미 꽉 차 있었고 2층에도 여러 테이블에서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냉면 세 그릇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저는 그 청년을 주시했습니다. 그는 2층 테이블마다에 음식이 늦어지는데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며 1층과 2층을 날렵하게, 하지만 시끄럽지 않게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1층 입구에서 안내를 기다리고 서있는 우리를 2층으로 불러 올린 것도 그 청년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덜 기다리고 냉면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30분 정도는 족히 지난 듯싶었는데 그는 우리에게도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리던 옆 테이블에 고기가 나오자 그 청년은 계란탕이며 된장찌개를 서비스로 내주면서 예닐곱 살쯤 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배고팠지? 천천히 많이 먹어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른 집들에 비해 그 집이 장사가 잘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청년의 서비스 태도일 겁니다. 냉면을 먹는 데도 열 가지쯤 되는 반찬들을 내주는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가 되겠지만 그가 손님을 대하는 자세야말로 1호점으로도 모자라 2호점까지 내고도 양쪽 모두가 꽉꽉 들어차는 그 집의 성공비결일 듯싶었습니다.

 

그 청년이 열심히 오가며 손님들이 언짢아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을 보며 사장 아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은데도 저토록 열심이라면 사장은 정말 복 받은 사람이고 보석 같은 종업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 집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식당엘 갔었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그 집도 손님들로 가득했습니다. 입구에 서서 기다리는 우리에게 여종업원 한 명이 다가 오더니 무표정한 말투로 자리가 없는데요라고 했습니다.

 

이보다는 웃는 얼굴로 지금 손님들이 많아 자리가 꽉 찼는데 어쩌죠? 죄송합니다고 하는 게 맞는 겁니다. ‘자리가 없는데 어쩌라고하는 식의 태도는 프로가 갖는 자세가 아닙니다.

 

돌아서서 나오는 우리를 향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시게 해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오시면 정성껏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다면 훨씬 기분이 달랐을 겁니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 배가 고픈 상태에서 음식이 늦게 나오면 짜증이 나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손님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손님들이 언짢아하지 않게 컨트롤하던 그 청년의 유쾌한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음식 맛이 아무리 좋아도, 사장이 아무리 잘 하려 해도 종업원 하나하나가 따라주지 않으면 결코 사랑 받는 음식점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비단 음식점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닐 터입니다. 그 기분 좋았던 청년을 보며 우리 <코리아타운> 사람들은 어떤 인상을 받고 있을지 새삼 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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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