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함과 똑똑함 사이에서… “김 사장님, 안녕하세요?” “아, 오랜만이시네요. 잘 지내시지요?” “네, 덕분에요… 참, 사무실 사서 이사하신 것 축하 드립니다. 모두들 죽겠다고 난린데 <코리아타운>만 변함없이 잘 나가십니다.” 지난 금요일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쉬는
날을 맞아 아내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한 식당에 들어서는데 <코리아타운> 광고주 한 분이 먼저 아는 체를 해오셨습니다. “그런데 시티에서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아, <코리아타운> 보다가 이 집 음식이 생각나서요.” “시티 쪽에 벌써 책이 깔렸나 봅니다.” “아니요. 어젯밤에 온라인 <코리아타운>을 봤어요.
목요일 밤에 인터넷으로 먼저 볼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가봤더니 정말이더군요. 스마트폰으로
봤는데 이 집 광고를 넘기는 순간 오리고기가 확 땡기더라구요.”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 사장님과의 짧은 해후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분은 그분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오리고기를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코리아타운>을 보나 봐.” “그럼. 앞으로 어느 순간 온라인이
쓰나미처럼 오프라인을 덮치게 될 걸.” “그러고 보면 우리 진영이가 컴퓨터 실력은 꽤 있는 거 같아. 그치?” 몇 년 동안 외주제작으로 이끌어오던 온라인 <코리아타운>을 지난 주부터 ‘자기실력’으로 대체시킨 아들녀석이 아내는 참 많이 뿌듯한 모양입니다. 하긴 아들녀석은 어딘가 살짝 불안한 듯싶긴 하지만 컴퓨터에 관한 한 제법
괜찮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도맡아 해결, 선생님들로부터 ‘컴퓨터박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컴퓨터에 관한 이런저런 것들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쪽에서는 아직이지만 온라인 쪽으로는 의욕이 넘쳐나고 가끔씩은 깜짝 놀랄만한 결과물을 내놓기도 합니다. 2주 전, 한 광고주의 온라인 매거진에 대한 컴플레인에서 시작된
아들녀석의 이번 작업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잘 하는 분야, 뛰어난
분야가 하나씩은 있다고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아들녀석은 온라인에서는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크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봐. 내가 컴퓨터 일은 진영이한테
믿고 맡겨보라고 했잖아. 이번에도 봐. 얼마나 잘 했어. 내가 보기엔 그 동안 외주 줬던 것보다 진영이가 만든 온라인 <코리아타운>이 훨씬 낫더라.” 아내는 아들녀석의 쾌거에(?) 기분이 한껏 고조돼 보입니다. “우리, 이거 다 못 먹겠지? 그럼 구워서 진영이 갖다 주자.” 아내는 오리 한 마리 중에서 절반
가까운 것들을 정성스럽게 구워 컨테이너에 담았습니다.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혼자 나가 살고 있는 아들녀석이
늘 안쓰러운 엄마의 마음일 터입니다. 아직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움직이는
<코리아타운>에서 똑똑한(?) 모습을
못 보이고 있는 아들녀석은 내친김에 회사 홈페이지도 새롭게 바꿔놓겠다고 www.koreatown.com.au와 www.ikoreatown.com.au를
넘나들며 한껏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릴 적 ‘꼬마천재’ 소리를 듣다가 할머니에 의해 과보호를 당하면서 영특함을 찌질함과 바꿔버려 늘 안타까운 아들녀석이 컴퓨터 실력만큼
자신의 인생에서도 얼른 똑똑함을 되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