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가 뭐길래… “됐어! 됐어! 됐어! 이빨이 뜰채에 걸렸어!” 마침내
녀석이 잔디밭에 패대기 쳐졌습니다. “와! 크다!” “저놈 되게 두껍고 통통하네!” 어둠 속에서도 도도하게(?) 은빛자태를 뽐내는 녀석을 향해 모두들 한 마디씩 던졌습니다. 2주 전 금요일 밤의 일입니다. 몇 시간 동안 입질 하나 없이 전체가 조용하기만 했고 잠시 넋을 놓은(?) 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제 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걷어서 다시 던질 생각으로 낚싯줄을 감기 시작했는데… 어?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 소리 않고 조용히 줄을 감는데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갈치지?” 하며 아내가 얼른 뜰채를 들고 제 옆으로 왔습니다. 녀석은 앞으로
끌려오면서 점점 더 그 무게를 실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힘을 다해 앞으로 들어올리는 순간, 낚싯줄이 끊어지면서 녀석이 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의 좌절감, 허탈함이란… 그야말로 ‘멘탈붕괴’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내가 어느새 뜰채로 녀석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물이
많이 빠진 상태였고 머리 앞에 뜰채를 대고 있으니 녀석도 쉽게 도망치지를 못하는 거였습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틈을 찾아 녀석이 도망가려 하면 다시 머리 쪽을 막는 싸움이 계속 됐습니다. “이리
줘 보세요!” 저만치 있던 LG사장님이 우리가 갈치와 힘겨루기
하는 걸 보고는 얼른 달려왔습니다. 그분은 뜰채로 갈치의 진로를 이리저리 차단하다가 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이 뜰채에 걸리도록 유도해 마침내 녀석을 들어 올렸습니다. 뜰채로 재빠르게 녀석의 퇴로를 차단한 아내의 기지와 LG사장님의
발 빠른 지원이 이뤄낸 ‘쾌거’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그날 밤 열두 시쯤 자리를 접었는데 그 시간까지 우리가 잡은, 아니 우리가 ‘얻은’ 갈치가 유일무이한 갈치였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갈치를 들려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동안
갈치를 들고 꽤 여러 번 사진을 찍었던 아내가 그날따라 유난히 끙끙대기에 대체 얼마나 되기에 그럴까 싶어 녀석의 키와 몸무게를 재봤습니다. 키 1백 65센티미터, 몸무게 2.5킬로그램, 한
마디로 괴물 같은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다시 사건이(?) 터졌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전 주 금요일과 거의 같은 시각에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때와는 달리 그날은 아내가 녀석을 눈앞에서 떨궜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잽싸게 녀석의 머리 앞에 뜰채를 들이댔습니다. 다행이 물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녀석이 쉽게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머리에
뜰채를 대고 앞을 가로막는 숨가쁜 싸움이 계속됐고 녀석도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녀석의 이빨이 뜰채에 걸리는 행운이 따라주지를 않았습니다. “제 다리 좀 붙들어주세요!” 옆에서
낚시를 하던 옐로테일낚시점 사장님이었습니다. 그분은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낚싯대를 들이대 녀석을 바늘에
걸려는 시도를 계속했고 저는 뜰채로 도망치려는 녀석의 앞을 계속 막았습니다. 아내와 다른 한 분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그분의 다리를 붙들었습니다. “갈치가 뭐길래…” 녀석을 끌어올리고
나서 아내와 마주 보고 웃으며 던진 이야기입니다. 한바탕 싸움이 끝나고 나니 무릎도 얼얼하고 팔도 아팠습니다. 그러니 거꾸로 매달려 있었던 사람은 오죽했겠습니까? 갈치 한 마리를 잡고 안 잡고를 떠나서 ‘짱가’ 같은 LG사장님이나 옐로테일사장님이 힘을 더해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