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복… 지난 주 ‘갈치전쟁?!’이라는 제목의 제 글에 대해 유난히 많은 분들이 “참 재미 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맞아! 맞아!’ 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때문일 터입니다. 내친 김에 학교 선생님 같은 얘기를 몇 가지만 더 얹어보겠습니다. 지나치게 비좁을 경우에는 안 되겠지만 어지간하면 서로서로 자리도 만들어주고 너무 많은 찌가 떠 있을 때는 억지로
비집고 던져 넣을 게 아니라 잠시 밤하늘의 예쁜 별을 보며 기다립니다. 내 찌가 많이 흘러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 같으면 얼른 걷어 올리고
낚시를 끝내고 돌아갈 때는 미끼봉지, 케미, 과자봉지 등
쓰레기는 모두 챙겨 갖고 갑니다. 가끔 한국어가 들어 있는 신문쪼가리나 라면봉지 등이 굴러다니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눈에 띄는 대로 줍기는 하지만 애초에 각자가 자기 것을 잘 챙긴다면 훨씬
쉬울 겁니다. 한 가지 더, 애연가들한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담배, 특히 줄담배는 좀 자제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맑은 공기 사이로 솔솔 파고 드는 담배연기는 결코 반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그곳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기 위해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열두 시쯤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이런저런
다툼소리도 계속 됐습니다. 소문이 크게 났는지 외국인들도 꽤 여럿 갈치를 잡겠다고 낚싯대를 던져놓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농도 짙은 물안개가 자욱해 너무너무 예쁘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것이 그곳에서 느끼는 여유로움과 편안함, 그리고 평화로움입니다. “코리아 타운 사장 키만한 갈치를 잡았대!”
엊그제 우연히 들은 얘기입니다. 제 아내가 제 키만한 갈치를 잡았다는 겁니다. 세상에! 그렇다면 최소 1백 80센티미터가 넘는 갈치라는 얘기인데… 역시 소문은 부풀려지고 커지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날도 주변사람들은 갈치와 거리가 멀었지만 아내는 커다란 갈치를 두 마리
잡아 올렸습니다. 얼핏 1백 40센티미터는 훨씬 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아내의 양손에 갈치를 들려 사진을 찍었더니 이놈들이
거의 아내 키와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1백 80센티미터는 몰라도 1백 60센티미터에는
육박할 듯싶습니다. 게다가 이번 녀석들은 엄청 두껍고 무거웠습니다. 아내의 어복(魚福)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
내 찌 어디 갔지?” 낚싯대를 던져놓고 딴짓을(?) 하는
동안 아내의 낚싯대에는 이미 갈치가 알아서(?) 물려 있습니다. 연어낚시를
할 때도 제가 낚싯대를 던져놓고 돌아서 다른 낚싯대를 집어 드는 순간 연어가 요동을 칩니다. 아내 차지입니다. 손질한 연어를 자동차 아이스박스에 넣고 오는 동안 낚싯대 두 대가 동시에
흔들려 아내 혼자 쩔쩔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도 악착같은(?)
아내는 70센티미터를 넘나드는 연어 두 마리를 모두 끌어 올립니다. 어복이 충만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 찌가 계속 움직이는데도 아내는 낚싯대를 걷어냅니다. “어, 이건 옐로테일이야.” 입질하는 것만 봐도 그게 갈치인지 아닌지를
알아차리는 겁니다. 반면 미동도 없이 집중하고 있으면 그건 십중팔구 갈치입니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갈치가 아내의 낚싯대 끝에서 반짝입니다. 분명
남들보다 어복이 많긴 하지만 물고기가 달라붙을 때부터 낚아챌 때까지의 순간순간들을 정확히 읽고 대처하기 때문에 아내는 늘 남들이 못 잡는 갈치를
잡아 올리는 것 같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