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회가 더욱 맛있었던 이유는… 많을 때는 하룻밤에도 수십 마리씩 나오곤 했답니다. 뒤늦게 소문을 듣고 합류한 우리도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스무 마리 가까이를 잡았습니다. 은은한 달빛에 반짝반짝 빛나며 끌려오는 갈치의 자태는(?) 정말이지 아름답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주말 밤에는 50개도 넘는 찌들이 한꺼번에 물 위에 떠 있어 또 다른 장관을 이룹니다. 하지만
요즘엔 갈치가 많이 뜸해져서 몇 주 동안 잡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2주 전 목요일, 마감을 끝내놓고
아내와 저는 밤 열한 시쯤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발 들여놓을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마침 짐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용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간 갈치 낚시였지만 그날은 우리에게 행운의 날이었습니다. 채비를 해서 낚싯대를 던지고 막 돌아서는데 찌가 두 번 깊숙이 들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갈치였습니다. 오자마자 큼직한 갈치를 끌어 올리는 우리에게 주변의 부러운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몇 시간씩 기다려도 공치던 사람들에게 던지자마자 갈치를 잡는 우리는 가히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30분쯤 후, 이번에는 아내가 커다란 갈치 한 마리를 잡아 올려
또 한 차례 부러움을 샀습니다. 문득 갈치회 생각이 났습니다. 워낙
성격이 급한 탓에 곧바로 뜨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는 갈치회… “이번에 한 마리 더 잡으면 얼른 집에
가서 회를 뜨자”며 기다렸지만 그날은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습니다. 갈치회
생각을 저버릴 수 없어서 늦은 시간까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지만 그날은 완전 꽝이었습니다. 저쪽 편에
있는 한 사람만 용케 갈치 한 마리를 끌어올렸을 뿐 전체적으로 잠잠했습니다. 일종의 오기, 승부욕에 발동이
걸렸습니다. “꼭 갈치회를 먹어야겠다!”는 일념에 지난 주에도
우리는 평일 저녁을 포함, 토요일까지 세 번이나 그곳에 갔습니다. 하지만
지독히도 안 잡혔습니다.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 하나 갈치를 못 잡는 암담한(?)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토요일 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겨 일요일 새벽 한 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꽝이구나…” 싶어 슬슬 자리를 접을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한참 동안을 미동도 않고 서 있던 아내가 갑자기 낚싯대를 잡아채더니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커다란 갈치 한 마리가 아내의 낚싯대 끝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아무도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그 귀한 갈치를 끌어 올렸으니…. 우리는 이내 짐을 챙겼습니다. 얼른
가서 갈치회를 떠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갈치는 껍질에 수은 기가 있어 잘 제거해야 할 뿐 아니라
회 뜨는 방법도 어렵다고들 했는데 아내는 언제 습득했는지 완벽한 갈치회를 내놨습니다. 아내의 승부욕과 집중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평소에는 말수도 적고 잘 나서지도 않는 성격이지만 집이든 회사든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우리의 유일한 취미인 낚시에서도 아내는 대단한 집중력과 승부욕을 보여줍니다. 70센티미터를 넘나드는 연어는 물론, 민감하기 짝이 없는 갈치나
쥐치와도 끈질긴 싸움을(?) 벌여 기어코 잡아 올리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참, 지난 토요일 밤, 아니 일요일 새벽의 갈치회는 그 쫄깃함이 말로는 다할 수 없을 정도였고 한참 동안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달짝지근한
맛의 여운이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워낙 귀한 음식인 데다가 아내의 놀라운 집중력과 승부욕의 결실이어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