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이팔청춘 vs. 아가 #6092022-07-23 17:56

이팔청춘 vs. 아가

 

아직 한참 땐데, 자넨.” 아흔 다섯 살 된 할아버지가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자 올해 102살인 김정암 할아버지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어서 여든 여덟, 여든 다섯 등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단체로 와서 인사를 하자 김정암 할아버지는 전부 이팔청춘들이여. 아직 이팔청춘이라니께!” 하며 그 분들의 등을 두들겨줬습니다.

 

한국 KBS-2TV ‘12이 최근 시청자투어 3탄을 갖고 1세부터 100세까지의 시청자 대표 1백명을 초청, 프로그램을 함께 했습니다. 그 자리에 올해 102살인 김정암 할아버지가 특별게스트로 초대됐는데, 김 할아버지는 하얀 모시 바지저고리에 중절모, 그리고 선글라스를 낀 멋진 모습으로 한 살부터 백 살까지 ‘1백명의 동생들을 단숨에 장악했습니다.

 

아흔 다섯인 할아버지가 아직 한참 때이고, 여든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팔청춘이라니…. 그렇게 80, 90 심지어는 100살을 훌쩍 넘긴 분들의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들을 보노라니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10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이 참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노래자랑’ MC로 유명한 송해씨가 추석 연휴인 9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나팔꽃 인생 송해 빅쇼’를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올해 여든 네 살임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강인한 체력과 높은 열정을 지니고 있는 송해씨는 저는 제 인생을 나팔꽃에 비유합니다. 나팔꽃이란 게 아침에는 청초하게 확 피었다가 오후만 되면 시들시들 아물어집니다. 그런데 나팔꽃 이놈이 그냥 그렇게 지는 게 아니고 다음 날이면 또 바짝 피어난단 말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지난 26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사실도 이미 세계기록이지만 올해 여든 네 살인 송해씨는 최고령 단독공연이라는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해 노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의 경우를 봐도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아가!” 동생 예슬이가 저 만치에 있는 장식장에 달라붙자 언니 예진이가 잰 걸음으로 동생에게 다가가며 아가!’를 외칩니다. ‘그거 만지면 안 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예진이는 얼른 예슬이의 손을 잡아 엄마 아빠 곁으로 데리고 옵니다.

 

과자를 먹고 있는 동생의 입에 부스러기가 묻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동생의 입을 닦아주기도 합니다.

 

한 번은 집에서 예슬이가 방바닥에 놓여 있던 실로폰에 걸려 넘어지자 예진이가 아가!” 하며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쏜살같이(?) 달려가 실로폰을 마구 짓밟았다고 합니다. 그 속에는 , 왜 내 동생 넘어지게 했어?”라는 준엄한(?) 나무람이 담겨 있었을 겁니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 두 아이가 ‘25개월 된 쌍둥이라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5분 언니인 예진이가 ‘5분 늦게 태어난 동생예슬이를 그렇게 세심히 챙기고 돌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3년 전까지 <코리아 타운>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유미선씨가 남편, 쌍둥이 자매 예진 예슬이, 그리고 내년에 태어날 뱃속의 셋째와 함께 지난 일요일 우리 집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몇 시간 동안 놀다 갔습니다.

 

예진이와 예슬이가 연출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 때문에 우리는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5분 언니 예진이의 아가!’가 주는 메시지는 또 다른 의미였습니다.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아니 5분이라도 먼저 태어난 사람이 그 다음 사람을 챙겨 주는 것 또한 아흔 다섯이 한참 때인 것이나 80대가 이팔청춘인 것 못지 않게 우리에게는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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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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