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몸에 아부하며 살 나이? #6042022-07-23 17:54

몸에 아부하며 살 나이?!

 

, , 김태선 그 친구랑 절대 술 마시지 마라. 어이구, 그 친구 그거 도저히 사람이 아니더라!” 한동안 대기업 홍보담당자들 사이에서 나돌았던 근거 있는(!) 루머입니다. 저랑 술 마시고 기절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수 없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술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반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저에게는 이런저런 술자리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한 번 술 자리를 시작하면 술을 피하거나 홀짝대지 않고 거침 없이 마시곤 했습니다. 상대가 술잔을 건네주면 곧 바로 후딱 마시고 돌려주는 식이었습니다. 때문에 뭣 모르고 저와 술자리를 시작했다가 또는 은근히 술 실력을 자랑하려다가 되레 호되게 당한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한 번은 모 재벌그룹 홍보실 사람들 다섯 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자기네 그룹 회장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기사가 너무 고마워 술 한 잔 사겠다고 계속 연락을 해오던 차였습니다.

 

제가 하도 피하니까 그들은 그날 회사 앞까지 찾아왔습니다. “자꾸 미루면 한이 없으니 오늘 가볍게 한 잔 하고 들어와 마감하라는 그들의 손에 반강제로 이끌려 서울시청 근처 일식집에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날 그들이 준비한 술은 시바스 리갈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빠르게 술잔이 오고 갔고 저로서는 다섯 명에게서 연거푸 술을 받고 그 잔을 돌려주는 형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가장 대차게 나왔던 홍보실장이 먼저 기절을 했고 이어서 조금씩의 시차를 두고 말단에서 홍보이사까지 다섯 명 모두가 주저 앉았습니다.

 

그날 제가 혼자 마신 술의 양은 시바스 리갈 다섯 병 반이었고 그 길로 저는 회사로 돌아와 마감을 했습니다. 그것도 그 사람들이 중도 포기를 하는 바람에 그 좋은 술을 반 병이나 남긴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도 아침에 세수만 하고는 곧 바로 출근을 할 정도였으니 주변에서 저를 괴물이나 인조 인간또는 요 주의 인물로 꼽을 만 했을 겁니다.

 

주변에서 환갑 얘기를 하면 아주 까마득한 남의 얘기만 같았는데 그게 어느새 우리 이야기가 됐더라구요. 이제 우리도 몇 년 후면 그 나이가 된다니너무 징그러워요. 우리도 어느덧 몸에 아부하며 살 나이가 된 거지요.” 며칠 전 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함께 하던 지인 부부가 던진 이야기입니다.

 

좋을 때다.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길을 지나다가 20대 초반의 젊은 커플이 다정히 붙어 가는 걸 볼 때 제가 아내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렇게 파릇파릇했던 우리의 영계 시절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정말 세월의 흐름이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요즘 저는 술 자리 어디서든 서너 잔의 술로 만족하려 노력합니다. 퇴근 후에도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에는 빠짐 없이 한 시간 동안 러닝머신을 탑니다. 그 지인의 말대로 저도 이제 몸에 아부하며 살 나이가 됐기 때문입니다.

 

목요일 마감을 끝내놓고 아내와 함께 금요일이든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매주 빼놓지 않고 하루는 바다를 찾는 이유도 우리 몸에 아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주에도 우리는 드넓은 바다를 향해 힘껏 낚싯대를 던지고 힘차게 연어를 끌어 당기며 우리 몸에 열심히 아부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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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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