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효과?! “웃음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소녀 같은 미성을 지닌 윤형주의 대표곡 ‘우리의
이야기들’입니다. “억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 사랑하는 마음보다 신나는 건 없을 걸 / 사랑 받는 그 순간보다 짜릿한 건 없을 걸…” 솜사탕처럼 달콤한 김세환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에이! 할아버지…” 딸아이가 농담처럼 저에게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케케묵은 옛날 노래를
듣는다는 핀잔 아닌 핀잔이겠지만, 녀석도 아빠 곁에서 자주 들어왔던 터에 어느 정도는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들입니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 신화처럼
소리치는 고래 잡으러…” 송창식의 터질 듯한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웁니다. 요즘 저는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차에서나,
일할 때나 운전할 때나 늘 ‘이 사람들 노래’를
달고 삽니다. 평소에도 즐겨 듣던 터인지라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부쩍 더 자주 듣게
된 것만은 사실입니다. 작년 9월부터 불기 시작한 70년대 포크송 열풍… 그 주역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 조영남, 양희은, 이장희 등이었고, 한국 MBC TV의 ‘놀러와’가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가슴 깊숙이 묻혀 있던 70년대 포크송을 세 차례에 걸쳐 세상 밖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습니다. 작년 9월의 ‘세시봉 친구들’에
이어 설날특집으로 ‘세시봉 콘서트’를 방송한 데 이어 지난
일요일 오후에는 ‘세시봉 콘서트 재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 덕에 그 시절을 가슴에 담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그 사람들의
노래에 흠뻑 젖어 지낸다고 합니다. 저도 얼마 전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 양희은, 장현의
‘베스트 앨범’을 샀습니다.
이전에도 한 두 개씩은 갖고 있었지만 마음 먹고 대량구매를(?) 시도한 겁니다. 내친 김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모음’이라는 여덟 장짜리 흘러간 팝송 CD도 샀습니다. 그 시절의 음악세계로 푹 빠져든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제 주변에서는
항상 70년 대 포크송 아니면 저 옛날 까마득한(?) 시절
유행하던 올드팝송들이 흘러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건 이 같은 현상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국의 악기점들에도 ‘세시봉 친구들’은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 낙원상가의 악기점들은 최근 세시봉 열풍을 타고 통기타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통기타 매출이 1백퍼센트 이상 신장돼 재고가 모자랄 정도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스물 두 살의 한 여대생은 방송에서 세시봉 콘서트를 본 후 포크음악에 관심이
많아져 교내 통기타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세시봉 열풍은 세대를 불문하고 뜨겁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세시봉
열풍으로 인해 많은 업종의 많은 사람들이 속된 말로 먹고 사는 데 도움을 받고 있는 겁니다. 세시봉 열풍을 지켜보면서, 계속되는
불경기로 고심하고 있는 우리 교민사회에도 세시봉 같은 도화선이 하나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봤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세시봉 열풍 같은 ‘기분 좋은 열풍’이 불어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