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결혼에 대한 소고 #5672022-07-23 17:33

결혼에 대한 소고

 

“신랑 입장!

훤칠한 키에 정감 있는 얼굴을 가진 신랑이 연신 싱글거리며 식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뜨거운 환호와 함께 하객들의 박수가 쏟아집니다.

 

“나도 저랬을까?

그다지 좋은 결혼조건을 갖추지 못한 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그녀와 하나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 적잖이 긴장했던 듯싶습니다.

 

“신부 입장!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아름다운 신부가 아빠 손을 잡고 천천히 입장합니다. 신랑이 들어올 때보다 더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내 아내도 저랬던가?

조용한 성격에 수줍음을 많이 타던 그녀는 아빠의 손을 놓고 제 손을 잡고부터는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조금씩 떨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결혼식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한 지인의 딸이 자신의 반쪽과 부부의 연을 맺는 예식을 가졌습니다.

 

웃는 모습이 정겨운 신랑은 피로연 자리에서 진행자의 짓궂은 연출과 주문을 아주 유쾌하게 받아냈습니다. 신부 또한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두 사람은 그렇게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결혼은…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는 한 결혼정보회사 광고카피가 기억에 새롭습니다. 새삼스런 이야기이지만 결혼은 정말 ‘잘 해야’ 합니다.

 

결혼은 언제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저는 “결혼은 아무 것도 모를 때 얼떨결에 해야 한다”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합니다. 어쩌면 결혼은 정말 얼떨결에 해야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재고 따지다 보면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혼은 상대의 단점까지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게 결혼에 대한 솔직한 저의 생각입니다.

 

연애시절에는 서로 좋은 점만 보이려 노력하기 때문에 상대가 갖고 있는 단점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의 단점까지도 미리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결혼 후에도 서로에 대한 ‘갈등과 실망’의 폭이 최소화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내와 저는 서로를 결혼상대로 생각하게 되면서부터 각자의 단점을 보여주고 이해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신랑이 스물 일곱 살이고 신부가 스물 다섯 살이라면, 신부가 신랑을 완전히 이해하고 하나가 되기까지에는 27년이 걸리고 신랑이 신부를 완전히 이해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25년이 필요하다.

 

제가 들은 결혼에 관한 또 하나의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신랑과 신부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결혼 전 서로가 따로따로 살아온 만큼의 세월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제 30년을 향해 달려가는 결혼생활 동안 아내와 저는 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특별히 잘 나지도 심각하게 못나지도 않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평범한 사람과 결혼을 잘 했으면좋겠다”는 게 아내와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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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