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나의 18번 #5662022-07-23 17:33

나의 18

 

세월이 약이겠지요하다가 ! 하고 해뜰날을 불렀더만 곧 바로 쨍! 하고 해가 떠불더만요.” 얼마 전 시드니에서 공연을 가진 송대관씨가 무대 위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 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가수 데뷔 후 10년 가까운 세월을 무명으로 지내던 그가 1975세월이 약이겠지요에 이어 내놓은 해뜰날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 하고 해뜰날을 외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렇게 해뜰날은 국민가요가 됐고, 노래 제목 그대로 송대관씨에게 쨍! 하고 해가 뜨는 기쁨을 안겨줬습니다.

 

역시 같은 날 시드니에서 공연을 가진 주현미씨는 자신의 히트곡 중 울면서 후회하네는 웬만해서는 부르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 ‘왠지 그 노래를 부르면 자신에게 정말 울면서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라고 했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묘하게도 자신이 부른 노래대로 운명이 결정지어진 가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밝은 노래, 신나는 노래를 많이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는 가라지를 개조해 만든 우리만의 노래방이 있습니다. 호주 금영노래방에서 구입한 노래방기기에 여기저기 번쩍거리는 오색 조명들까지 갖춰놔서 밖에서 노는 것만큼 빵빵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분위기가 납니다.

 

음주운전 걱정 없이 집에서 술 한 잔 기분 좋게 걸치고 편안하게 놀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제가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18번 격인 노래는 무인도입니다. 원래는 김추자씨가 불렀는데 정훈희씨가 1975년 칠레국제가요제에 참가해서 상을 받으면서 더 유명해진 노래입니다.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노래하라. 빛나라 별들아, 캄캄한 밤에도. 영원한 침묵을 비춰다오. 불어라 바람아, 드높아라 파도여, 파도여.”

 

이 부분이 특히 웅장하고 신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인도라는 제목에서나 가사 중 일부에서 외로움 또는 고독이 묻어 나옵니다. “파도여 슬퍼 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 마라…”

 

무인도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산울림 출신 김창완씨가 부른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입니다.

 

생각나면 들러봐요. 조그만 길 모퉁이 찻집.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 역시 이 부분이 경쾌하고 신나지만 이 노래에도 알게 모르게 외로움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은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

 

이왕이면 기분 좋고 신나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건 맞는데 오랜 세월 함께 해온 18번을 확 바꿔버릴 만한 좋은 노래를 찾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적절한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즐겁게 노래하며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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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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