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 “김 기자님, 골프 한 번 칩시다.” “김 차장님, 필드 한 번 나가시죠.” “김 국장님, 골프 한 번 모시겠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제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골프는 무슨… 우리, 쏘주나 한 잔 합시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골프를 못 칩니다. 어떤 분들은 “아니,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골프를 안 치면 어쩌자는 거야?”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골프를 시작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 늦다는 건 없다지만, 그리고 선배나 어르신들께는 죄송하지만 이
나이에 골프를 시작한다는 게 참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마도 저는 끝까지 골프를 못 치고 말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저는 일이 취미였고 술이 취미였습니다. 가끔 짬이 생기면 차를
몰고 문득 속초나 강릉 바다로 치닫는 게 또 다른 취미라면 취미였습니다. 저의 유일한 취미인 낚시도 호주에 와서 배웠습니다. 새벽에 세븐 데이로 Woolworths 청소하고 낮에는 신문·잡지사에서
일하던 시절, 낚시하시는 분들을 얼떨결에 몇 번 따라 다닌 게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슬리퍼를 신은 채 바위낚시를 따라 가기도 했고 리틀베이, 라페로즈, 왓슨스베이, 게리비치, 보타니베이, 릴리필리… 이런 데도 다녀봤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 바위낚시는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돼 한동안은 모스만 클립튼 가든을 즐겨 찾았습니다. “그게 무슨 낚시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그곳이
안전하고 편안해서 좋았습니다. 지금의 ‘놀이터’는 몇 달 전
한 지인을 통해 우연히 알게 돼 이제는 ‘약간의 중독 증세’까지
느껴가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그곳을 찾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왕복 세 시간을 운전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치에 낚싯대를 꽂아 놓고 이런 생각과 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물고기를 기다리는데, 참으로
고마운 건 드물게 허탕을 치기도 하지만 늘 몇 마리씩은 잡아 온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도 예외 없이 아내와 함께 그곳을 찾았습니다. 그날은 채비를
해서 처음 던진 낚싯대를 ‘고마운 연어’ 한 마리가 냉큼
물어주는 바람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습니다. 그날도 전 주처럼 연어 떼가 잠잠해서 우리보다 몇 시간 일찍부터 와 있던 사람들 모두가 공을 치고 있었는데 우리가
가자마자 연어를 끌어 올리자 무척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아내는 작은 낚싯대로 와이팅과 트레바리를 한 마리씩 잡아 올려 주목을 받더니 결국에는 덩치 큰 연어까지 한
마리 끌어 올려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점점 햇빛이 강해지는 탓에 BIG W에서 비치파라솔을 하나 사서 꽂아 뒀더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습니다. 아무리 해가 강하게 내리 쬐어도 그늘만 생기면 선선해지는 호주 날씨 덕분에 그날은 시원함에 얼굴도 덜 타는
즐거움까지 얻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내와 저는 참 별 것도 아닌 것에서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물고기를
여러 마리 잡아와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단 한 마리뿐, 나머지는 모두 지인이나 이웃들에게 나눠 줍니다. 그런 것에서 행복, 신선놀음의 기쁨을 느끼는 우리가 좀 이상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