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행복’ 이야기 “아무개 안 부럽다!” 평소 아내와 제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 실제로 아주 작은 것에서 만족을 느끼며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있기에 우리는 많은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지 않습니다. 뒷마당에서 새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서,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갖가지 채소며 꽃에 물을 주면서,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낚시에서 우리는 ‘작지만 큰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그러한 우리에게 생각지도 않은 몇 가지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금요일
저녁, 한 지인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다는 희한한(?) 장어
일곱 마리를 들고 문득 우리 집을 찾았습니다. 느끼함이나 비릿함 같은 건 전혀 없이 쫄깃하고 담백한 맛만 가득한 그 별난(?) 장어
덕분에 우리는 밤 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내친 김에 우리 세 집은 평소 즐겨 찾는 낚시터에
모였습니다. 그날따라 공교롭게도 심한 모래바람이 하루 종일 불어 온 몸에 모래를 뒤집어 썼지만 마냥
즐거웠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행복 가득’입니다. 우리 팀 외에도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낚싯대를 던져놓고 있었지만 그날은 연어 떼가 다 어디로 갔는지 전혀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트레바리, 와이팅, 브림, 테일러가 각각 한 마리씩 낚싯대를 물고 늘어지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남자들이 낚싯대를 던지는 동안 여자들은 점심 준비를 했는데 이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평평한 언덕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바람도 막아지고 사람들 눈에도 띄지 않는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그곳에서는 밥이랑 총각김치랑 된장이랑 고추랑 상추 그리고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고 있었습니다. 솜씨 좋은 한 지인은 갓 잡은 물고기들로 회를 맛 있게 떴습니다. 평소
김밥이나 빵으로 때우던 점심이 그날은 와인까지 한 잔 곁들여진 황제의(?) 만찬처럼 이뤄졌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연어 떼는 여전히 침묵이었고, 우리 외에는 주변 사람들
누구도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됐습니다. 오후 다섯 시가 넘자 “이제 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남은 미끼 한 마리를 끼워 낚싯대를 던져놓고는 주섬주섬 철수 준비를 하는데 아내의 외침이 들려 왔습니다. “자기야! 저기! 저기!” 그런 경험들 해보셨을 겁니다. 9회 말 투 아웃 상황 “이제 끝났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터져 나온 홈런 한 방에
승부가 결정 나는 짜릿함, 전 후반 90분이 다 지나고 추가시간만
10여 초 남겨둔 상황에서 역시 “이제 끝났구나” 싶을 때 네트를 흔드는 기적 같은 골…. 얼른 달려가 비치에 꽂혀 있던 낚싯대를 힘껏 당기자 묵직함이 전해져 왔고, 한참
동안의 실랑이 끝에 아주 크고 뚱뚱한 녀석 한 마리가 저만치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은 물론, 지나가던 사람들도 연어와 저와의 한
판 승부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그곳에서 ‘유일하게
잡힌 연어’ 한 마리를 들고 다시 우리 집으로 몰려와 싱싱하고 행복한 주말 릴레이를 마쳤습니다. 역시 “별걸 다 갖고 요란 떤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수 윤항기씨가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노래하는 걸 들으면 늘 기분이 좋아지듯, 진정한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서 만족하고 고마워 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