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어느 재미교포의 글… #8532022-07-23 22:10

어느 재미교포의 글

 

얼마 전 어느 재미교포의 글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접했습니다. 비단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항상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인 듯싶어 이번 주에는 이 글을 공유해봅니다.

 

한국에 와보니 웬만한 동네는 모두 고층아파트가 돼있다. 가정집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중화장실에도 미국에서는 부자들만 쓰는 비데가 설치됐고 주차장에도 주차티켓 없이 우아하게 자동인식으로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카드 하나로 해결되고, 집에 앉아 버거를 시켜먹고, 비밀번호 하나 카드 하나로 모든 문들을 열고 들어간다. 차마다 블랙박스가 달려있고 방문하는 집마다 리클라이너 (뒤로 젖혀 눕는 소파)가 있고 집안의 전등은 LED이며 전등, 가스, 심지어 콘센트도 리모컨으로 끈다.

 

미국에서 나름 부자동네에 살다 온 나도 집마다의 럭셔리함에 놀라고 부러워하며 2, 30년은 과거에서 살다 온 느낌이 든다. 오늘도 너무나 스무스하게 열리는 고급진 창문을 열면서 우리 집 뻑뻑 대며 자주 레일을 이탈하는 문을 이렇게 바꾸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으로 괜히 창문만 열었다 닫았다 해본다.

 

집마다 수십 개의 스포츠 채널을 포함, 끝없는 채널이 나오고 가는 곳마다 심지어 버스정류장에 서서도 자동으로 초고속 와이파이가 잡힌다. 역마다, 정류장마다 몇 분 후에 내가 기다리는 차가 오는지 정보도 뜨니 옛날처럼 도로를 응시하며 버스를 놓칠까 염려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우아하게 비데를 사용하면서, 편리한 지하철 고속열차 등을 이용하면서, 싸디 싼 택시를 타면서, 몇 걸음만 걸으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즐기면서, 리클라이너에 눕듯이 앉아 수많은 TV채널을 돌리면서이 고급진 라이프스타일을 며칠만 있으면 잃는다는 게 못내 아쉽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에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한다. 전세값이 얼마나 비싼지, 정치는 얼마나 헛짓을 하는지, 아이들 교육시키기가 얼마나 힘든지자신들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돈이 없다 하면서 땅이나 주식투자 안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고 고급 차 한 대 안 가지고 있는 사람, 아이들 스포츠나 과외 안 시키는 사람이 드물다.

 

같은 가격이면 우리 집보다 방은 두 배나 많고 연이자도 2%대인 모기지를 가진 이곳에서 전세라는 훌륭한 시스템을 통해 매달 이자를 안내고 살수도 있는 이곳 사람들이 오늘도 월세로, 모기지로 매달 3-4천불을 버리며 사는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이 나보다 두 배 적은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차를 몰고 더 비싼 걸 먹고 더 고급진 삶을 살면서도 만족스럽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보험은 10배 싸고 같은 치료비도 10배 싸게 느껴지는 이곳, 같은 10불짜리 밥을 먹어도 세금, 팁이 없어 늘 25% 할인 받는 느낌인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지옥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50대가 되면 쫓겨나야 하는 현실,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말을 많이 듣지만 미국은 작년 인텔에서 3000, 퀄컴에서 3000, 브로드컴에서 2000명의 엔지니어들이 직업을 잃었다. 미국이 일자리가 더 안정된다는 이들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다.

 

미국생활이 길어져 감을 잃어버린 걸까? 살아보지 않은 외국인으로서의 오해인가? 내가 못 보는 거겠지, 나도 살아보면 이들처럼 느끼게 되겠지 하며 공감능력이 떨어진 상태로 나는 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불평을 듣고 있다.

 

냉장고를 두세 개 가지고, 고기를 뜯고, 사시미를 먹고, 좋은 차를 몰고, 고급스런 집에 살면서도 가난과 위기를 노래하게 된 내 조국…. 언제쯤 되면 우리는 진짜 가난한 북쪽의 우리 동포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는 진정한 부자가 될까? 혹 진짜 부자이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가난하게 느끼고 더 부자 되기에 힘쓰고 있지는 않은지한편 염려하는 마음도 든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