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볼펜, 수첩, 카메라… “선배, 그 많은 내용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언제 다 정리했대요? 그래서 어디 여행이나 제대로 했겠어요? 하여튼 선배 대단해요. 그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그나저나 여행기에 소개된 음식점들이나 여행사, 호텔 이런 데선 뭘
좀 얻어먹기라도 했어요? 너무 대놓고 홍보해줬던데?” 지난 6주 동안 코리아타운에
연재됐던 ‘테레사&토니의 껌딱지여행기… 고맙고 행복했던 한국에서의 20박 21일’을 한국에서 본 후배기자는 이렇게 얘기하며 껄껄 웃었습니다. 후배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문득 20년쯤
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취항하면서 주요매체의 데스크급 기자들을
첫 비행기에 태웠습니다. 자사의 취항소식을 알리고 현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많은 탑승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기자일행은 브뤼셀까지의 왕복항공료는 물론, 현지관광 그리고 최고급 호텔에서 7박 8일 동안 먹고 자고 노는 것까지의 모든 것들을 공짜로 즐겼습니다. 그때도 그냥 ‘아시아나항공이
브뤼셀에 정기취항을 시작했고 브뤼셀은 이러이러한 도시이다’ 정도만 간단히 언급해주면 되는 것을 저는
자유시간을 이용, 이곳 저곳을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며
다양한 정보들을 한아름 담아와 애독자들 앞에 쏟아놨습니다. 후배기자의 질문… 여행기에 소개된
음식점, 여행사, 호텔 등에서 얻어먹은 건 당연히 단 한
가지도 없었습니다. 모두 제 돈 내고 먹고 제 돈 내고 다니고 제 돈 내고 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끼기에 괜찮다고 여겨진 곳들만 골라 애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기로 한 겁니다. 참 못 말리는 병이기는 합니다. 그냥
편안하게 즐기고 여행만 하면 될 것을 왜 매번 사서 고생을 하는지…. 언제 어디를 가든 제 목에는 목걸이
볼펜이 걸려 있고 손에는 수첩과 카메라가 들려 있습니다. 순간순간 셔터를 누르고 끊임 없이 메모를 합니다. 그렇게 챙겨온 사진과 자료들이 코리아타운에 기사로 만들어져 실리기까지는
이런저런 과정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습니다. 주말을 포함, 거의
매일을 글 쓰는 일에 매달리고 특히 화요일 밤에는 예외 없이 새벽 두세 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편집디자이너에게
수요일 오전 열 시까지는 기사와 사진을 넘겨줘야 마감에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저의 여행 이야기를 통해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께 ‘작은 정보’라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흥이나 음식의 맛은 다를 수 있겠지만 최대한 보편타당성 있게 정보를 드리려 노력합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 방대한 내용들을 일일이 다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팩트만 따서 순간순간 짧게 짧게 기록을 하는데 대학시절 배운 속기 (Shorthand)가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은 물론, 지금도 큰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한국 여행 이야기는 이번 주 일곱 번째를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 밝힌 것처럼 저의 여행 이야기가 간접여행의 효과 그리고 훗날 애독자 여러분께서 비슷한 여행을
하시게 될 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여행기 같은 거 쓰지 말고 놀기만 하고 와야지!” 이렇게 다짐을(?) 하고 떠나지만 어느새 저에게는 목걸이 볼펜, 수첩, 카메라가 붙어(?) 있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울루루 (Uluru)에 다녀오게 됩니다. 그때는 정말 여행기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말고 즐기기만 하다가 와야겠습니다. 아, 그런데… 오래 전 저한테 “울루루는 언제 갈 거냐?” 그리고 “울루루에 어떻게 가는지 코리아타운에 좀 실어달라”고 당부하셨던 분들의 얼굴이 벌써부터 떠오르니 이걸 또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