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한밤의 한치 회’ 그 후 #8312022-07-23 22:00

한밤의 한치 회그 후

 

거짓말을 밥 먹듯이 능청스럽게 잘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소한 거짓말을 해놓고도 스스로가 찔려서(?) 전전긍긍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딸아이 신랑이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직장후배가 애써 잡아다 준 한치를 우리에게 넘겨준 그는 다음 날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마음 착한 후배는 힘들게 잡은 한치를 한 마리는 딸아이 신랑에게, 나머지 한 마리는 또 다른 직장선배에게 줘서 정작 본인은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딸아이 신랑은 먹지도 않은 전날 밤 한치 회의 맛에 대해 그 후배에게 설명해줘야 했고 은근히 진땀도 흘렸다고 합니다. 어쩌면 딸아이 신랑은 제가 지난 주에 언급한 대로 살아 있는 녀석이라서 더했겠지만 살이 아주 단단한 데다가 달콤한 맛이 입에서 떠나지를 않았다고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세상 일은 참 모를 것이 한치 회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5일이 지난 일요일 아침, 문제의 한치를 잡았던 직장후배 부부와 우리가 만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딸아이 신랑이 연어 낚시를 가고 싶어해서 그러기로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원래 한치 주인부부도 합류를 원했던 겁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가 연어 낚시를 하는 비치는 그곳에 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힐링이 시작됩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닮은 작은 섬(?)과 오른쪽 저 멀리 등대 옆 동화 속에 나올법한 빨간 기와집,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바다는 언제 만나도 반갑기만 합니다.

 

그날도 물고기는 정말 귀하디 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낚싯대가 요동치는 걸 기다리며 열심히 째려보고 있었지만 모든 낚싯대들이 미동도 없이 차렷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김밥도 먹고 컵라면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그곳에 있음을 즐겼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내의 고백이 이어졌습니다. “사실은 그 한치 말이에요….” 딸아이 신랑은 옆에서 멋쩍게 웃으며 서있었고 선행을(?) 베푼 부부도 , 그랬었구나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우리에게 한치 회의 즐거움을 줬던 주인공은 알고 보니 이제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부인과 함께 연신 낚싯대를 던지며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렇게 물고기 얼굴 보기 귀한 시간이 두 시간쯤 흘렀을 무렵, 아내가 쏜살같이 내달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낚싯대 하나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겁니다.

 

녀석과 아내의 밀당이 시작됐고 한참 후 저 멀리서 있는 힘을 다해 버티며 끌려오는 연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평소 65센티미터를 넘는 사이즈에 비하면 조금 작은 녀석이었지만 제법 실해 보였습니다.

 

그 녀석이 그날 그곳에서 나온 유일한 연어였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손질이었지만 능숙하게 비늘도 벗기고 내장까지 빼내 깔끔하게 손질을 마쳤습니다. 살이 단단한 게 제법 맛있을 듯싶었습니다.

 

오후 네 시,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박스 안에 넣어뒀던 연어를 꺼내 우리에게 한치 회의 즐거움을 줬던 그 부부에게 넘겨줬습니다.

 

빈 통으로 돌아오는 길, 그래도 우리는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아무도 못 잡은 연어를 어쨌거나 우리는 한 마리 잡았고 그걸 우리에게 한치 회를 먹게 해줬던 고마운 사람들에게 줬다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됐습니다.

 

그날 그 부부는 반 마리는 회를 뜨고 나머지 반 마리는 연어스테이크를 해서 먹었다며 딸아이 신랑에게 사진을 보냈다고 합니다. 두말 할 나위 없는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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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