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복부인?! ③ “어머! 그 복부인이시구나! 안녕하세요?” 얼마 전 한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개업 첫날이어서 한참 북적대는 식당 한쪽에 막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저만 치에 한 지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잠시 인사하고 오겠노라며 아내가 그쪽으로 갔는데 그 지인이 “이쪽은 테레사… 코리아 타운 사장 부인이에요”라고 일행에게 소개를 하자 그 중 한 사람이 웃으면서 아내에게 던진 인사입니다. “칼럼에 내 얘기 좀 쓰지마. 창피해
죽겠어. 그리고 내가 왜 복부인이야?” 살짝 눈을 흘기며
웃는 아내… 하지만 아내에게 복부인 기질은 분명히(?) 있습니다. ‘큰길에 있는 하우스는 사무실로 쓸 수 있다.’ 이런 정보에 따라 우리는 이스트우드의 큰길에 <코리아 타운> 사무실로 사용할 만한 하우스가 나오는지 꽤 열심히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길의 집들은 잘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어쩌다 나온다 해도 1백만불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 높은 가격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큰길에 있는 하우스라 할지라도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파트나 유닛 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Level 1에 쓸만한 곳이 나와도 스트라타에서 동의를 해주지 않아 사무실로 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오리지널 오피스 건물로 다시 방향을 틀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오피스 건물 또한 매물로 나오는 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이스트우드에 한 곳, 웨스트 라이드에 한 곳, 우리는 이렇게 두 곳을 놓고 한동안 생각과 의논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정이 <코리아 타운>이 2주 후에 입주할 웨스트 라이드 오피스입니다. 주상복합 10층짜리 건물 Level 1에 위치한 이 사무실은 하루 종일 햇빛이 들어 전등을 켜지 않고 지내도 좋을 만큼 밝고 환합니다. 웨스트 라이드 스테이션과 바로 붙어 있어 교통도 편리합니다.
Woolworths 바로 옆에 Coles가 들어설 주상복합 건물이 한참 올라가고 있고 우리
사무실 주변의 상가건물들도 DA 승인을 받아 머지 않아 재개발 될 것이라 합니다. 집값이 많이 오를 걸 계산하기보다는 살기 좋은 곳을 택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긴
하지만 희한하게도 사놓고 나면 많이 오르곤 합니다. 이번에 구입한 사무실도 우리가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나자 몇만 불을 더 내고 사겠다는 사람들이 꽤 여럿 나타났다는 후문입니다. 주변사람들은 이런 우리를 보고 ‘부동산
운이 있다’고 하고 거기에 저는 조금을 더 얹어 아내를 ‘복부인’이라 놀리는(?) 겁니다. 전문
복부인들에 비하면 어림도 없겠지만 ‘준(準)복부인’쯤은 되는 아내는 무엇보다도 정보수집에 빠르고 주변상황들을
정확히 읽어냅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번 사무실도 며칠만 우물쭈물했더라면 못 샀거나 몇만 불을 더 주고 사야 할 뻔 했습니다. 한동안 아내와 저는 새 사무실 단장에 하루하루가 바빴습니다. 전체바닥을 새로 깔고, 타일과 페인트도 예쁘게 다시 하고, 간판도 멋지게 만들고… 물론, 전기공사를
비롯한 큰 일들이야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겼지만 그 뒤의 소소한 일들은 모두 우리 차지였습니다. 공사
중에 구석구석 뽀얗게 쌓인 먼지와 몇 년 동안 찌들어 있던 때까지 전부 깨끗하게 닦아냈습니다.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하루에도
여기저기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아내와 저는 항상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코리아 타운> 새 사무실… 옛날 모습과 거의 180도로 달라진 ‘전신성형’이 끝났고 이제 2주
후인 29일에 <코리아 타운>은 새 사무실에 입주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기쁘고 고마운
일입니다. <코리아 타운>을 사랑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