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아… 캠리 #6102022-07-23 17:57

캠리

 

아직도 가끔 길에서 그 놈과 마주치곤 합니다. 10년 전 저에게 뼈아픈 상처를 안겨줬던 1992년형 토요타 캠리당시 출고된 지도 10년쯤 된 데다가 외관도 각이 지고 별로 예쁘지 않았던 그런 놈입니다.

 

호주가 새 차는 물론 중고차 값마저 끔찍하게 비싸서 충격적이었지만 거의 맨주먹으로 오다시피 한 저에게는 상상을 뛰어넘는 중고차 가격이 더없이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이리 털고 저리 모아도 제가 쓸 수 있는 돈은 최대 4천불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쓸만한 중고차는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 다섯 식구가 함께 탈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차가 1992년형 토요타 캠리였지만 나온 지 10년쯤 된 캠리가 아무리 깎아도 7천불은 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캠리를 포기하고 아는 사람의 소개를 통해 3천불짜리 중고차를 하나 만났습니다. 미국 포드사에서 만든 Falcon이었는데 역시 출고된 지는 10년쯤 된 차였습니다.

 

문이 잠겨 있어 안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깨끗해 보였고 괜찮을 듯싶어 그대로 돈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저녁때 그 차를 소개 해준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트랜스미션을 갈아야 하는데 1천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며칠 후 자동차를 넘겨 받았습니다. 오래된 차였던 만큼 내부도 여기저기 헐어 있었지만 3천불, 아니 4천불짜리 중고차가 오죽하겠나 싶어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거의 새거나 다름 없던 소나타3를 그 정도 금액에 주고 온 것에 비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녀석이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34만 킬로미터를 훨씬 넘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4000CC 짜리라서 기름 먹는 하마인 데다가 툭하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멀쩡히(?) 가다가 꺽꺽 소리를 내며 퍼지기를 여러 번, 길도 잘 모르는 데다가 자동차까지 속을 썩이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 놈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조금 나은 차를 가지고 있어야 회사 일도 하고 청소도 다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내와 저는 2주 넘게 주말마다 파라마타 로드에 있는 거의 모든 중고차 전문점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새 차와 쓸만한 중고차 가격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이곳 현실은 우리에게 실망만을 안겨줬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그 놈은 등록기간이 다 돼 레지 연장을 하는데 1천불이 넘는 돈을 더 잡아 먹었습니다.

 

우리가 두 번째로 만난 차는 현대 엘란트라였습니다. 다섯 식구가 타기에는 많이 빡빡했지만 새 차였기에 마음은 편했습니다. 최소한의 디포짓만 내고 어찌어찌 60개월 할부로 해결을 했습니다.

 

우리의 첫 차 포드 Falcon에는 5개월 동안 5천 불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5백불밖에 쳐줄 수 없다는 딜러에게 사정사정, 간신히 1천불에 트레이드인을 시켰습니다.

 

그 놈 때문에 그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당시로서는 피 같은 4천 불 넘는 돈을 날린(?) 겁니다.

 

며칠 전 한 지인에게서 좋은 중고차 사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문득 10년 전 그 놈생각이 났습니다. 7천불이 없어서 그림의 떡으로만 쳐다봐야 했던 1992년형 토요타 캠리지금도 가끔 길에서 그 녀석을 만나면 그때 생각이 나 혼자 쓴웃음을 짓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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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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