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사장정신? #5202022-07-23 17:08

사장정신?!

 

호주 사람들은 참 인내심이 대단한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정말 마음도 넓고 이해심도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8년 전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 운전면허증 때문에 RTA엘 갔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 자기 할 일 다하면서 느릿느릿하기만 한 업무처리짜증이 절로 났습니다. 은행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온지 며칠도 안 됐던 터라 도저히 이해가 안 됐습니다.

 

RTA는 꽤 오래 전부터 번호표를 뽑아서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면 창구로 가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지만, 은행은 지금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참으로 이곳 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 으으으으…” 이스트우드로 이사 와서 정확히 2주 동안 우리집 욕실에서 났던 소리입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 해도 찬물에 샤워를 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찬물로 하는 샤워, 그것도 이런저런 정리를 마치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하는 찬물 샤워는 우리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게 만들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집이 Street까지는 가스가 들어와 있었지만 우리집까지는 연결이 돼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귀동냥을 하니 AGL에 가스연결 신청을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사 들어올 집이 채 세틀도 되기 전인 10 7, 부랴부랴 AGL에 가스연결 신청을 했습니다. “최장 6주까지 걸린다는 대답에 우리가 11 14일에 이사를 들어가니 빨리 좀 부탁한다고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결국 AGL 사람들은 원칙에 따른 업무진행이었는지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가스연결 신청을 한지 7주 만인 11 25일에야 우리집까지 가스를 연결 시켜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플러머 쪽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스 보일러며 쿡톱이며 모든 걸 미리 설치해놓고 AGL 공사 후 마지막 연결작업 만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다른 현장 일들이 겹쳐 짬을 낼 수 없었던 겁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가스가 연결돼 계속 외식을 하고 연일 찬물을 뒤집어 쓰는 생활을 청산하나 싶었지만, 결국 우리는 AGL 가스 연결 후에도 3일을 더 난민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일요일 오후, 플러머 사장이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문득 우리집에 왔습니다. “다음 주에도 계속 다른 현장에 일이 잡혀 있어 오늘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덕에 우리 식구들은 지난 일요일부터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하고 맛 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곤 합니다. 노는 날이라 직원들은 아무도 일을 하려 들지 않지만, 사장은 고객에 대한 약속과 책임 때문에 직접 나섰던 겁니다.

 

그 전날인 토요일에는 에어컨 사장이 우리집에 와서 몇 시간 동안 일을 했습니다. 역시 우리가 이사 들어오기 전에 대부분의 공사를 마쳐놓은 상태였지만, 가라지 공사 마무리가 늦어져 일을 일부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기술자들이 토요일엔 일을 하지 않아 제가 주말마다 미진한 부분들을 찾아 다니며 해결합니다.” 찌는 듯한 날씨에 뙤약볕을 받으며, 지붕 속에 들어가 일하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며 새삼 사장정신을 느꼈습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뛰는 사람들에게 성공은 좀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사장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함께 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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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