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무실에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서 고생… 어쩌면 이건 제
트레이드 마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살짝
불편하게 지내면서 다 함께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면 될 것을 혼자서라도 기어코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 그 때문에 그로기(?)상태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정리를 마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애꿎은 아내까지
끌어들여 고생을 시켰지만 말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코리아타운이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 며칠 전부터 모두들 짬짬이 짐을 싸긴 했지만 목요일 마감 후 한바탕 짐을 꾸려놓고는
금요일 아침 일찍부터 이사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이삿짐이라는 게 내놓기 시작하면 뭐가 그리도 많이 쏟아지는지 대책이
잘 안 서긴 하지만, 그리고 이번 이사에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물건들을 버렸음에도 이삿짐은 트럭을 가득
채웠습니다. 운동장만(?) 하던 웨스트 라이드
사무실의 3분의 1 정도 크기에 불과한 이스트우드 사무실에
짐들을 들여놓고 나니 ‘저걸 언제 다 정리하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쉬는 날임에도 기꺼이 노력봉사를 해준 고마운 코리아타운 사람들이 돌아간
후부터의 일은 오롯이 저의 몫이었습니다. 그렇게 금요일 밤,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종일을 저는 새로운 사무실 정리에 매달렸습니다. 금세 끝날 것도 같은데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일들… 결국 일요일에는 아내의 힘을 빌려 둘이서 밤 열 시가 넘어서야 정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코리아타운 사람들이 첫 출근을 하면 깨끗이 정리된 사무실에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기분은 더 없이 좋았습니다. “아니, 멀쩡한 자기 집 놔두고
왜 다시 셋방살이를 한대요? 그래도 코리아타운이 이스트우드로 오니 편리하긴 하네요.” 광고주 한 분이 우리 사무실에 들어서며 하신 이야기입니다. 5년
동안의 웨스트 라이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격인 이스트우드로 돌아오게 된 적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희한하게도 5년 전 코리아타운이
있었던 바로 그 자리가 비어서 더더욱 고향집에 돌아온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널찍한 사무실에 자체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전용주차장을 가지고 있다가 작은 사무실에 그 같은 편의시설을 갖지
못하게 된 코리아타운 사람들에게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저는 왠지 이곳 이스트우드 사무실이 더 정감 있고 좋습니다. 5년 만에 돌아온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웃들도 정겹고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람 사는 느낌도 많이 받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는 혼자서 정리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서원교 원장님이
첫 손님으로 깜짝 방문을 했습니다. 그 분의 손에는 맛있는 프렌치 케익 상자가 들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서 열심히 정리하고 있을 것 같아 와봤다”는 그 분의
미소가 참 많이 고맙고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터전 아니, 고향에서
더 좋은 코리아타운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습니다. 코리아타운을 만드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도록 더 부지런하고 똑똑한 코리아타운의 선장이 돼야겠습니다. 요즘도 저는 밤 열두 시를 훌쩍 넘겨 새벽 두세 시까지 일을 하곤 합니다. 제 컴퓨터가 회사에 한 대, 집에 한 대 있는 이유입니다. 가끔은 ‘은퇴’를 얘기하지만
바쁘게 뛰어다니며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참으로 고맙고 행복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저의 ‘사서 고생’은 이렇게 한동안 계속 될 것 같습니다. ********************************************************************** 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