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든 후유증?! 창문 너머로 안을 슬쩍 들여다봅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어울려 신나게 떠들며 노는 모습에 어느새 아내와 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 있습니다. 그 속에 ‘내 새끼’ 에이든도 있습니다.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녀석은 종종걸음으로 우리에게
달려옵니다. 다른 아이들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에이든 주변을 둘러쌉니다. 천사들이 따로 없습니다. “어머!” 제 품에 와락 안긴
에이든이 제 입에 뽀뽀를 쪽! 해주자 원장선생님이 놀라움 반, 신기함
반으로 우리를 쳐다봅니다. 사내녀석이 할배한테 정겹게 뽀뽀를 해주는 모습이 그리 흔치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아내한테도 뽀뽀를 해주고난 녀석은 앙증맞은 신발을 신습니다. 그리고 양쪽으로 우리의 손을 잡고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고 귀엽고
앙증맞은 발로 한 발짝 한 발짝 토닥토닥 걷는 모습이 참 신기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랬을 텐데 그때는 그 기쁨과 즐거움을 모른 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에 무심하고 어린 아빠는 그렇게 자기 아이들과의 추억을 놓친 채 이제 손주에게서
그 기쁨을 찾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녀석은 뭐라고 쉴새 없이 재잘댑니다. 아직은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해석이 안 되지만 가끔씩은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하고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초등학교 앞 신호등에 다다랐습니다. 에이든은
보행자 신호등 버튼 누르는 걸 좋아합니다. 버튼을 몇 차례 누르고는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칩니다. 제 품에 안겨 길을 걷는 동안 녀석은 머리 위를 스치는 나뭇잎들에 관심을 보이며 좋아합니다. 녀석이 저한테서 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다시 또박또박 작은 걸음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조금을 더 걸어 우리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저 녀석
어쩌나 보자.” 우리는 녀석의 양손을 잡은 채 일부러 우리 집 앞을 지나치려 해봅니다. 하지만 녀석은 이미 우리 집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현관에 다다라서 도어폰 버튼을 열심히 눌러대다가 이윽고 집으로 들어선 녀석은 “우와!” 하며 안으로 달려들어갑니다. 지 엄마가 바쁠 때 가끔씩은 아내와 제가 에이든을 픽업하러 갑니다. 다행이 데이케어센터가 우리 집에서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산책 삼아 걸어서 녀석을 데리고 오는 겁니다. 녀석과 함께 하는 몇 분 동안의 시간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행복입니다. 우리 집에 와서도 녀석의 예쁜 짓은 계속됩니다. 뭐라고 끊임없이 재잘대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타요놀이 삼매경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제 갓 두 돌이 지났지만 지가 하고 싶은 것, 지가 먹고 싶은
것 그리고 지가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의사표현도 확실합니다. 그렇게 우리와 얼마간을 놀다가 지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어떨 때는 진심으로 또 어떨 때는 장난으로 ‘안 가겠다’는 의사표현을 합니다. “안요! 안요! 안요!”를 외치면서…. 결국 카시트에 앉혀진 녀석… 이제는
어느 정도 체념을 했습니다. “이든아, 이쁜 짓! 사랑해요. 빠~이!” 양 볼에 검지손가락을 찌르고(?)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중독성
강한 하이파이브까지 3종세트를 선물한 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뽀뽀까지 우리의 입에 쪽! 해주고는 쉬크하게 출발합니다. 그렇게 녀석이 한바탕 휘저어놓고 간 뒤에도 우리는 한동안 녀석으로 인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점점 더 번잡스러워지는
녀석이 가끔씩은 무서워지기도(?) 하지만 녀석이 자꾸 보고 싶어지고 기다려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