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절박함 #8862022-07-23 22:30

절박함

 

15개월 만에 73킬로그램을 빼 화제가 됐던 스물다섯 살 호주여성이 5개월 만에 다시 10킬로그램을 감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목표체중인 80킬로그램까지 단 3킬로그램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166킬로그램의 엄청난(?) 몸을 갖고 있었던 그녀는 주체하기 어려운 체중 때문에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 늘 피곤하고 우울하고 심술이 나서 뭔가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살을 빼기로 독한 마음을 먹은 것은 자신보다 체중이 훨씬 더 많이 나가는 여동생 때문이었습니다. 체중이 200킬로그램이 넘는 열세 살짜리 여동생이 지난해 의사로부터 살을 빼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은 뒤 동생과 함께 살을 빼기로 약속했던 겁니다.

 

살을 빼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고 그녀는 이 절박함 속에서 체중감량 작업을 계속해 몸무게를 반으로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체중감량을 위해 위 절제수술을 받은 뒤 지금까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꾸준히 병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겠다며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하는 걸 보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작심삼일은 예외 없이 존재합니다. 한두 번 빼먹기 시작하면 결국은 포기하고 마는 겁니다. 절박함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산행을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주 산행은 여느 때보다 훨씬 조심스러웠습니다. 며칠 동안 엄청난 양의 비가 퍼부었던 탓에 크고 작은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여기저기 누워 있었고 길도 상당히 미끄러웠지만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산행멤버들의 건강은 그만큼 탄탄해졌습니다.

 

16년 전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야말로 얼떨결에 호주이민을 결정할 때 비록 가진 것도 없는 빈털터리였지만 저에게는 훗날 자리를 잡고 나면 공부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도 해야겠다는 각오가(?)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저는 전공인 영어영문학보다 부전공인 사회복지학에 더 열정을 쏟았습니다. 학교에서도 졸업 후 교비장학생으로 캐나다 유학을 다녀와 모교 교수로 일하라는 제안을 준 상태였습니다.

 

기자생활을 택하면서 물거품이 돼버린 일이긴 하지만 늘 가슴 한구석에는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대학에서든 TAFE에서든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그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삶에 쫓기다 보니 그리고 어느 정도 생활에 안주하다 보니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 이런저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면 제 자신에게 부끄러워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집까지 팔아 모든 빚을 청산하고 다섯 식구가 단돈 2만불을 들고 시드니공항에 내리던 절박했던 순간, 다니고 있던 회사들이 457비자 스폰서 자격이 안돼 두 번이나 거부를 당했던 절박함을 어느새 슬그머니 잊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성지 <여원> 시절 여성의 오르가즘에 관한 특집을 만들면서 최고 권위의 성의학자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그분은 오르가즘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상세히 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마지막에 사족이라며 붙였던 한 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이 또한 절박함의(?) 일종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 차장님, 지금까지 제가 드린 모든 이야기는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근거가 확실한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여원> 애독자들께 이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진정한 오르가즘은 이게 이 사람과의 마지막 섹스다라고 생각할 때 보다 확실하게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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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