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전철의 추억? #8162022-07-23 21:44

전철의 추억?!

 

차창 밖으로 다양한 그림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뾰족뾰족 클래식한 옛날 집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언제 생겼나 싶은 제법 높은 건물들도 여기저기에서 그 모습들을 드러냅니다.

 

독이(?) 잔뜩 오른 자카란다 나무들이 여기저기에서 보랏빛 위엄을 유감없이 펼치는가 하면 푸른 잔디 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도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의 전철보다는 여러 면으로 참 많이 여유로워 보이는 시티 행 트레인 창가에 앉아 바깥세상을(?) 구경하다가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이번 정촤 역은 종로솸가, 종로솸가 역입니다. 내리쉴 문은 오른쪽입니다.”

 

그냥 평범하게 말하면 될 걸 그 남자는 왜 그렇게 무게를(?) 잡고 안내 멘트를 했을까 싶습니다. 전철이 출발하기 전 그는 한껏 힘을 준 중저음의 목소리를 한번 더 날립니다. “출입문 닫쉽니다.”

 

저에게 전철의 추억은 이곳에서도 있었습니다. 시드니에 온지 채 일주일도 안된 어리버리한 상황에서 달링하버에서 삼성전자 신제품 발표회가 있으니 현장에 가서 취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처음 타는 트레인시티 행 트레인에 무작정 올라타고 안내 멘트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용케(?) 타운홀에서 내려 ‘KFC 쪽으로 쭉 걸어 내려가면 된다는 말에 따라 달링하버를 찾았는데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굵은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습니다.

 

어찌어찌 컨벤션센터를 찾았지만 정작 그곳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별것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넓디넓고 낯설기만 했던 달링하버를 한 시간 가까이 헤매다가 겨우 행사장인 코클베이와프를 찾았습니다.

 

14년 전, 최초의 듀얼폴더 모발폰 A-100을 론칭하던 삼성전자 행사장에는 공교롭게도 교민매체에서는 저만 유일하게 참석을 했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공들여 내보냈고 며칠 후 삼성전자 호주법인장 일행으로부터 뜻밖의 점심식사 대접과 함께 광고예산 11000불을 받았습니다.

 

김 사장님이 행사장에 직접 오셔서 기사도 잘 써주시고 해서 감사의 마음으로 드리는 겁니다. 김 사장님 매체에 다 쓰셔도 좋고 다른 매체에 나눠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제가 소속된 신문사에 4400불을 배정하고 다른 교민매체 세 곳에 6600불을 배분했습니다. 빗속에서 이리저리 뛰며 모진 고생을 했던 것과 서울촌놈이 시드니에 온지 며칠 안돼 얼떨결에 장외홈런을 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지난 수요일 오후, 시티에서 약속이 생겨 정말 오랜만에 트레인을 탔습니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시간에는 차를 가지고 나가지만 평일 낮 시간에는 후덜덜한 주차비에 차를 갖고 나갈 엄두를 못 냅니다.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플랫요금 10불로 해결되지만 평일 낮에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처음 30분 동안은 9불이던 것이 한 시간이면 27불이 되고 두 시간이면 57이런 식으로 정신 없이 뛰어오릅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트레인을 탔지만 저에게는 오랜만에 일탈의 기회가 됐습니다. 핸들을 놓고 여유롭게 내다보는 차창 밖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깥풍경들은 하나하나가 그림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주일을 살아내다 보니 가끔씩은 일탈의 기회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조만간 아내와 함께 트레인을 타고 시티에 한번 나갔다 와야겠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Door Closing’출입문 닫쉽니다라는 멘트가 재미있게 오버랩 됐던 지난 수요일의 특별한 나들이는 저에게 제법 신선했던 기억으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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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