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새삼스런 얘기이지만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는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을
온통 보랏빛 천지로 만들었던 자카란다 꽃들이 이제는 서서히 그 모습을 감춰가고 있습니다. 대신 텃밭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방울토마토며 옥수수며
라스베리, 딸기, 이런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여러 가지 종류의 방울토마토들은 머지않아 빨간색,
노란색 옷으로 갈아 입을 태세입니다. 한 켠에서는 파프리카들이 앙증맞게 매달려 있고 아직까지는
아니지만 가지들도 조만간 그 모습을 드러낼 참입니다. 상추와 깻잎은 이미 넘쳐 날만큼 많이 나와 가까운
지인 여럿이 나눠가기까지 했고 잘 익은 호박을 뚝 따서 만든 호박전은 막걸리 한잔과 최상의 궁합을 이뤘습니다. 한국 식품점에서 산 맵지 않은 한국고추 모종 여섯
그루도 어느새 쑥쑥 자라 싱싱한 고추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그 옆의 월남고추들은 언제나처럼 하늘을
향해 씩씩하게 얼굴을 쳐들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뒷마당에 물을 주는데 빨갛게 익은 라스베리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어 아내와 함께 첫 수확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모두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작은
기쁨들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 집에는 또 다른 변화가
따릅니다. 앞마당과 뒷마당을 가득 채우며 번쩍번쩍 요란한 불빛을 내뿜는 크리스마스 라이트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올해도 우리 집 ‘크리스마스
라이트 페스티벌’의 총감독(?)은 변함없이 아내입니다. 워낙 꾸미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2주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했습니다. 조금 높은 곳만 저와 딸아이 남편이 거들어줬을 뿐 나머지는 순전히 아내의 노력입니다. 우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앞마당보다는 뒷마당에
조금 더 많은 정성을 들였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대부분 뒷마당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오롯이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개중에는 ‘돈
들이고 고생하고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내와 저는 크리스마스
라이트 장식을 하면서 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로 이런저런
것들을 준비하면서 돈도 들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의 조그만 노력과 투자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부터는 <코리아타운> 현관 입구에 하얀 눈(?)을 흠뻑 뒤집어쓴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가 온몸에 크고 작은 방울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대림주일이
시작되는 이번 주 일요일부터 크리스마스 라이트들이 그 위용을(?) 뽐내기 시작할 겁니다. 그 동안 우리 집에
하나 둘씩 크리스마스 장식이 늘어가자 밤에 불이 켜졌나 싶어 찾아왔다 허탕을(?) 치고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잠시
동안 크리스마스 라이트 시험가동을 하는데 이웃에 사는 호주인 부부가 “해마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물해줘
고맙다”며 아내와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갔습니다. 올해에도 우리 이웃들의
삶이 그렇게 우리 집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라이트들과 함께 조금 더 신나고 기분 좋게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