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썸아, 파리야, 너희는 오지마! 요 며칠 비가 계속 내리더니 우리 집 뒷마당 ‘푸름이’들이 한층 더 생기가 돕니다.
방울토마토들은 키가 부쩍 커져 작은 숲을(?) 이루며 열매들이 빼곡히 달려있고 고추들도
제법 길쭉길쭉 통통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만치에서는 호박들이 쑥쑥 자라고 있고 오이들도 점점 그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딸아이가 와서 어른 팔뚝만한 호박 한 개를 따갔습니다. 어쩐 일인지 올해는 상추랑 깻잎의 성장속도가 조금 늦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집 뒷마당은 전반적으로 풍년의 조짐을 한껏 보이고 있습니다. 가끔 아내의 수영장 동료나 가까운 친지들이 우리 집을 찾습니다. 아내와 함께 뒷마당을 돌아보며 모종이나 씨앗을 분양(?) 받아가곤
하는데 그분들은 한결같이 풍성한 우리 집 뒷마당을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아내는 매일 텃밭에 많은 정성을 쏟습니다. 푸름이들이 건강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한약찌끼를 비롯한 각종 영양소들을 공급해주는 것은 물론 늘 이곳 저곳들을
매만지고 다듬어주곤 합니다. 며칠 전에도 아내는 “땅이 젖어
있을 때 해줘야 한다”며 잠깐잠깐 비가 그치는 틈을 타 텃밭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아내의 그 같은 사랑과 노력이 함께 하기에 우리 집 푸름이들이 쑥쑥 잘 자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책 없는 녀석들이 골치를 썩입니다. 한밤중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포썸 녀석들이 텃밭 여기저기를 휘저어놓는 겁니다.
이 녀석들은 작년에도 토마토랑 호박을 여기저기 갉아먹고 난리를 치더니 올해에도 말썽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사과나무 꽃을 있는 대로 따먹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놓더니 앙증맞게 달려있던
무화과 열매에까지 입을 댔습니다. 뒷마당 여기저기에 똥까지 싸놓고 이런저런 것들을 헤집어놓고 가는 녀석들은
어찌해볼 도리도 없고 말 그대로 골치덩어리입니다. 결국 올해에도 녀석들과 토마토며 호박이며 이런 것들을 나눠먹을(?) 수밖에 없겠지만 전혀 반갑지가 않습니다. 포썸 못지 않게 얄미운 녀석들이 또 있습니다. 파리입니다. 이놈들은 텃밭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귀찮게 합니다. 파리의 습성상 음식에 집착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왜 사람한테 그토록 끈질기게
달라붙는지 참 이해가 안 됩니다. 호주파리는 정말 이상하리만치 사람을 괴롭힙니다. 잔디를 깎을 때도, 텃밭을 손볼 때도, 물을 줄 때도, 심지어 그네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
해도 이놈들은 집요하게 얼굴을 향해 공격을 해옵니다. 사람 얼굴에 뭐 먹을 게 있어 그러는 건 아닐 텐데 끝까지 달라붙으며 괴롭히는
녀석들은 얄미운 걸 넘어 차라리 화가 납니다. 얼마 전 말썽을 부리던 달팽이녀석들은 조용해졌는데 이제는 텃밭과 뒷마당을
망쳐놓는 포썸녀석들과 집요하게 달라붙는 파리녀석들이 골치를 썩입니다. 특히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는
파리녀석들은 정말 용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건 사람 사는 세상에서의 포썸이나 파리 같은 존재들입니다. 포썸에게는 아까운 농작물들 조금 나눠(?)주고
파리는 이리저리 쫓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런 종류의 인간들은 정말이지 답이 안 나옵니다. 그런 존재들은
알아서 안 나타나거나 얼른 사라져줬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