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행복의 크기… #6582022-07-23 18:23

행복의 크기

 

아무개 안 부럽다.” 아내와 제가 종종 쓰는 말입니다. 무슨 일에서든 큰 욕심 내지 않고 작은 것에 기뻐하며 만족하는 터라 우리에게는 정말 아무개 안 부러울 일이 많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여기저기 예쁘게 자라고 있는 꽃이며 채소에 물을 주면서, 심지어는 모이를 먹기 위해 우리 집 뒷마당에 몰려드는 앵무새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자기 좋아하는 모습 보면서 솔직히 저렇게까지 좋을까?’ 하는 생각 들더라.” 결혼한 이듬해, 우리 집에 첫 전화를 놓으면서 지나치리만치 좋아하던 저를 향해 아내가 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자기 집에 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난생 처음 우리 집에 전화를 놨던 저의 기쁨은 말로는 다할 수 없었습니다. 손가락을 끼워 다이얼을 돌리던 빨간색의 앙증맞은(?) 전화기의 모습과 373-6616이라는 우리 집 첫 전화번호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 저녁에는 문득 삼겹살이 먹고 싶어져 뒷마당 데크에 아내와 마주 앉아 휴대용 가스버너를 켰습니다. 맛있게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에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들을 곁들이니 정말 아무개 안 부럽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왠지 삼겹살과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이나 저만치서 들려오는 분수 소리도 우리에게는 작은 기쁨이었고 삼겹살 후에 마시는 진한 커피 향이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를 더해줬습니다.

 

아내와 저는 가끔 마당 한 켠에 만들어놓은 조금은 어설픈(?) 한국식 숯불 바비큐에 불을 피워놓고는 우리 집, 카페 같지 않아?” 하며 마주 보고 웃곤 합니다. 실제로 뒷마당 여기저기에서 빤짝이는 쏠라 라이트 덕분에 우리 집에서는 어느 정도 카페 분위기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기쁨과 행복의 시간들을 가지곤 합니다. 지나치게 높은 곳을 쳐다보거나 더 큰 것을 욕심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터입니다.

 

엄마, 어디야?” “, 우리 낚시 왔어.” “그래? 오늘 저녁 엄마 아빠랑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딸아이의 전화에 우리는 곧 바로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이 Father’s Day였던 터라 아이들이 우리와의 저녁식사를 계획했던 겁니다.

 

그 동안 날씨도 춥고, 바람도 세고, 파도도 높아 꽤 오랫동안 낚시를 못 가다가 지난 일요일 모처럼 날씨가 괜찮아서 연어 낚시를 갔습니다. 하지만 세 시간 남짓 그곳에 있는 동안 우리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입질 한 번 제대로 받지를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물고기들이 다 어디 간 거냐?”며 투덜댔지만 아내와 저는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높은 하늘, 그리고 그림 같은 풍경들에 넋을 놓고 지냈습니다.

 

그날 저녁, 딸아이 부부와 아들녀석은 양념 오리고기를 사 들고 우리 집을 찾았습니다.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며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없이 큰 기쁨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이제, 좋은 열쇠들 많이 생길 테니 여기에 끼워 쓰라며 딸아이 부부는 예쁜 GUCCI 키홀더 한 개를 Father’s Day 선물로 내놨고, 아들녀석은 평소 음악을 즐겨 듣는 아빠를 위해 SENNHEISER 헤드폰을 하나 내밀었습니다.

 

그렇게 세 아이들은 무슨 무슨 날챙기기를 좋아하는 우리를 닮아 무슨 무슨 날만 되면 우리와 시간을 함께 합니다. 그리고 아내와 저는 그런 아이들에게서 또 한 차례의 아무개 안 부러운행복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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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