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박물관 만찬? 아니 아니 아니 되오! #6362022-07-23 18:14

박물관 만찬? 아니 아니 아니 되오!

 

“박물관은 어둠침침합니다. 빛조차 유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온도, 습도, 냄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박물관 전시실에서 국보급 문화재들을 늘어놓고 만찬을 하겠다고 하면 그가 누구든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문화재위원이자 역사학자인 전우용씨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배우자들을 위한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개최한 것을 두고 ‘미친 짓’이라며 질타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만찬에 참여한 어느 ‘후진국’ 정상 부인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 똑같은 짓을 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나라 박물관장이 ‘정상인’이라면 ‘어느 후진 나라에 가서 그런 황당한 경험을 하셨습니까?’라고 물을 겁니다라고 힐난했습니다.

 

언론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언론들이 이런 ‘미친 짓’을 나무라기는커녕 ‘한국의 미에 빠진 외국정상 부인들’ 같은 ‘미친 기사를 써댔네요. 박물관 전시실에서 만찬을 한 대통령 부인이나 그걸 허용한 박물관장이나 그걸 칭찬한 언론이나 이런 ‘국격’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라고 개탄했습니다.

 

문제의 만찬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3 26일 오후 6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만찬에는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배우자 14명이 참석했으며, 만찬장에는 삼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각종 금장신구와 청자, 분청사기, 백자, 조선목가구, 모란도 등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이날 만찬 참석자들은 서해안 꽃게를 사용해 만든 비스크 수프, 제주도산 옥돔을 이태리식 만두로 만든 옥돔 아뇰로티, 한우 등심구이 등을 즐겼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만찬은 2010G20 정상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이 최초로 연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당시에도 문화재 전문가들의 강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금년에 또 다시 강행한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이 문제 되자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뉴욕 MoMA 등 세계의 주요 박물관에서도 전시공간을 활용해 만찬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행사장소로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전시된 유물들은 유리장 안에 격리돼 있었으며 내부에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 만찬으로 인한 피해 우려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우용씨는 디너 파티를 위한 특별전시실을 둔 박물관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이 같은 시설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고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은 일반인에게는 음료수 반입조차 금지돼 있습니다. 트위터에는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실수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거기 직원에게 엄청 면박을 당한 일이 생각나는군요”라든지 조만간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객의 사진촬영과 음식물 반입을 무제한 허용하겠군요하는 등의 빈정성 의견들이 잇달았고 김윤옥 여사 비난 말자. 청화백자에 오이소박이 안 덜어 먹은 게 어딘가?”라며 비아냥대는 글도 있었습니다.

 

호주에 뿌리를 내려 살고 있지만 고국에 대한 관심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이 한국의 총선일입니다. 평소에는 가보지도 않던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손을 붙들고 아이를 안아 올리고 노인들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희한한 모습들이 또 다시 연출되고 있습니다.

 

무개념 때문인지 뻔뻔함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마음이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이 같은 정치인들의 변함없는 모습은 박물관 전시실에서의 미친 만찬과 함께 참 우울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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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