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지겹도록 추적추적 계속되는 비… 방금 전까지 햇빛이 쨍쨍했다가 느닷없이 퍼붓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작금의 상황들을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그래서 ‘이제, 제발 비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전 세계 어디든 기쁘고 신나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한 요즘이지만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더더욱 그런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큽니다. 어디를 봐도 힘겹고
답답하기만 할뿐… 얼른 정상을 되찾아 국민들이 작은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석희는 좋겠다…”
가끔씩 혼잣말처럼 되뇌는 이야기입니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언론’이라는 표현조차도 부끄러움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 그의 행보는
참으로 당당하고 멋집니다. JTBC 보도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은 어느덧 수많은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차분하지만 아주 작은 ‘팩트’ 하나까지
결코 놓치지 않는 그는 분명 ‘진실의 승리’에 커다란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제 (15일) 밤 손석희 앵커가 내놓은 ‘앵커브리핑’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애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그 (김평우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성을 냈습니다. ‘왜 질문하느냐?’ 하는 것이었죠.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그에 대한 답변입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저를 포함한 언론인들이 왜 묻느냐고
강변하는 이 사회 권력들에게 되돌려주는 공통된 답변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가진 하나의 역할이 있다면 바로
대통령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흘 전 <뉴욕타임즈> 딘 베케이 편집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인 바로 그 신문사를 이끌어가는 언론인이었습니다. 사실 이 땅의 기자들 역시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저희 JTBC의 토론사회자 신예리 기자도
기자 초년병 시절에 선배들에게 거듭 들어왔던 말을 떠올렸다 하는군요. ‘기자란 독자들 대신 물어보고 답을 들어서 알려주는
사람. 좋은 기자란 바로 질문을 잘하는 기자다.’ 어찌 보면 매우 교과서적인 그 이야기 속에 답은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박근혜 정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었지만 질문은 권력의 주변부 누구에게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언론도
마찬가지였겠지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던 약속에 질문은 차단됐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이른바 간담회에서도 질문은 목말랐으며
결국 마음에 드는 질문만을 골라 받은 기묘한 형태의 인터뷰가 인터넷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설파에 따르면 질문은 또 다른 권력입니다. 질문은 상대가 좋건 싫건 대답을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민주사회에서 위정자에게 권력을 부여한 시민들이 거대한 권력자가 되어버린 위정자들을 향해서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력, 바로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질문의 본질은 다음과 같이 단순합니다. ‘당신은 우리가 부여한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당신은 우리가 부여한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이것은
시민사회로부터 대신 질문할 수 있는 권력을 위임 받은 저희 언론도 역시 받아야 할 질문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