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물 이야기 에이든 (Aiden)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우리가 딸아이 집을 찾는 건 1년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딸아이 부부는 우리 집을 꽤 자주 찾곤 하는데 고마운 것은 그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오는 걸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끔씩은 자리에서 일어날줄 모르는 딸아이 신랑을 딸아이가 채근해서(?) 집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 집에 사람이 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인데 하물며 우리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에이든이 우리 식구로 합류하고 나서는 우리의 만남 횟수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주로 아이들이 우리 집으로 오는데 가끔씩은 여우(?)같은 딸아이
부부가 슬그머니 에이든을 우리한테 떠넘기고는(?) 둘이서 쇼핑이나 볼 일을 보러 가곤 합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우리 집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무슨 무슨 날은 절대 빼먹지 않는 딸아이 부부와 아들녀석이 몰려와 푸르름이 짙어가는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워가며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에 재미가 든 에이든은 잔디밭 여기저기를 뒤뚱뒤뚱 그러나
쏜살같이(?) 휘젓고 다녔습니다. 그런 녀석이 행여라도 넘어질까
봐 뒤에서 바짝 따라다니는 아내의 웃음 가득한 모습이 참 행복하게 다가왔습니다. 맛있는 식사가 끝나고 드디어 선물 증정식이(?) 시작됐습니다.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도 아이들은 양초 한
개가 꽂힌 앙증맞은 케익까지 준비해왔습니다. 아내와 에이든과 함께 촛불을 껐고 아이들은 그날의 주인공인
저를 위해 이런저런 선물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우리 집에는 또
다른 주인공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딸아이 신랑도 엄연한 아빠,
Father’s Day의 주인공 자격이 있었던 겁니다. 저를 향한 선물 증정이 끝나고 딸아이가
등뒤에서 슬며시 뭔가를 꺼내 에이든의 앙증맞은 손에 들려 제 아빠를 향하게 했습니다. 모발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하는 스피커… 작업현장에서 일할 때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제 신랑의 스쳐가는 이야기를 귀담아뒀다가 Father’s Day 깜짝 선물로 준비한 겁니다. 이제 16개월 된 아들한테 Father’s Day 선물을 받은 아빠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뜻밖의 선물을 받아 든 딸아이 신랑의 얼굴에는 웃음과 감동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Father’s Day 행사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모습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러고 보면 딸아이는 엄마를 참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식보다는 남편이 더 중요하고 우선이다’라는 메시지를 아내는 몸소
실천해 보였고 딸아이도 그걸 그대로 배운 겁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딸내미 흉을(?) 한
가지 봐야겠습니다. 얼마 전, 에이든과 함께 우리 집에 왔던
딸아이가 제 신랑이 야근을 한다는 소식에 아예 저녁까지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한껏 정성을 들여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했고 막 식사를 시작하는데
카톡이 울렸습니다. 딸아이 신랑이 작업일정이 바뀌어 지금 집으로 출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이제 막 몇 숟갈을 뜨던 딸아이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 자기 집으로
향했습니다. “에라, 이 미친년…” 하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지만 참 기특하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자기가 제 신랑보다 먼저 집에 가있다가 현관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참 요즘 아이들답지 않은(?) 발상입니다. 가끔 저는 딸아이 신랑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종석아, 너나 나나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건 맞는 것 같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