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밤 새도 좋으니 맨날 와라?! “아니, 손주가 그렇게 예뻐서
어떡한대요? 토니 형제 얼굴에 아주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써 있어요. 지금도 막 손주가 보고 싶고 그런 거 아니에요? 토니 형제도 이제 할아버지 다 됐어요.” 지난주 제가 에이든 (Aiden) 이야기를
한바탕 늘어놨더니 주변에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내친 김에 아내와 제가 밖으로 나가자 녀석이
울음을 터뜨리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한참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씩씩하고 똑똑하고 예쁘게 변해가고 있는 녀석은 항상 우리를
‘심쿵’하게 만듭니다. 요즘의
두드러진 변화는 녀석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품 안에 쏙 들어와 안기는 겁니다. 그리고는 무릎에 앉아
‘뽀로로’를 보는데 그때의 폭 파묻혀 있는 느낌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는 걷는 것도 제법 씩씩합니다. 얼마
전 톱라이드 쇼핑센터에서 앙증맞은 신발을 신겨 녀석을 걸려봤는데 탁탁 소리를 내며 뒤뚱뒤뚱 그러나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습니다. 녀석은 좀 컸다고 안겨 있거나 펜스 안에 들어가 있는 것보다는 여기저기를
맘껏 돌아다니고 싶어합니다. 그대로 두면 온 집안을 다 뒤집어놓을 기세이고 뒷마당에 나가서도 잔디밭
여기저기를 마구 휘젓고 다닙니다. 아내와 저는 그런 녀석의 뒤를 바쁘게 좇아 다닙니다. 며칠 전에는 이스트우드 우체국에 갔다가 우연찮게 딸아이 가족이 그쪽으로
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볼 일이 다 끝나 막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아이들이 우체국 앞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고 아내가 서둘러 차에서 내렸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보는데도 또 보고 싶었던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거리에서 5분
남짓한 조우를 했습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카시트에 앉아 있는 녀석은 얼른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고 싶은
눈치였습니다. 그날은 다행히도 짧은 만남에 대한 대성통곡은 없었습니다.
녀석을 만난 탓인지 집에 돌아와서 먹는 저녁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에이든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목요일 오후가 되면 우리 집으로 출근을(?) 합니다. 평소에는 재택근무를 하는 제 엄마가 목요일에는 마감작업을
위해 코리아타운으로 출근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그 몇 시간 동안 녀석은 무수한 이야깃거리와
웃음, 행복 그리고 사랑을 우리에게 쏟아줍니다. 가끔씩 문득 생기는 녀석과의 만남은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보너스입니다. 그제 저녁에도 갑자기 딸아이와 에이든이 우리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코리아타운
기사마감이 대부분 수요일 저녁에 이뤄지기 때문에 저에게는 나름 바쁜 시간입니다. “어? 너희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아내의 반가운 목소리에 저도 얼른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현관으로 나갔습니다. 우선 ‘내 새끼’인 딸아이부터
반겨주고 ‘남의 새끼’인 에이든을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딸아이는 한국에서 산 거라며 희귀한 그러나 맛있는 일본 과자, 대만 과자를 한 보따리 주섬주섬 내놨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딸아이는
그렇게 뭔가 맛 있고 새로운 게 있으면 엄마 아빠도 먹어보라며 들고 옵니다. 그런 딸을 위해 엄마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감자탕을 한 솥 가득 올려놓고 역시 손이 많이 가는 간장게장도 기꺼이 만들어냅니다. 그날도 딸아이와 에이든은 두 시간 넘게 우리 집에서 놀다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은 저는 새벽 세 시가 가까워질 때까지
일을 계속했습니다. 아내를 향해 “에잇, 이것들이 시간을 뺏어서 밤 늦게까지 고생해야 되잖아”라고 빈말을
했지만 제 속마음은 “에잇, 이것들아. 맨날 밤을 새도 좋으니 맨날 와라” 였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