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적?! ‘그런데…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세 대가 꽂혀 있어야 할 낚싯대가 두
대밖에 안 보이는 겁니다. 낚싯대 한 대가 막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여 빛의 속도로 달려갔지만… 낚싯대는 순식간에 바닷속 십 수 미터 안으로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허탈함과 함께 10분 가까이의 시간이 흘렀고 아내와 저는 새로운 미끼를
끼우기 위해 각각 낚싯줄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감아 올리던 낚싯줄에 바다로 떠내려갔던 바로 그 낚싯대가 건져져 나온 겁니다.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내는 그 낚싯대를 물고 달아났던 68센티미터짜리 큼직한 연어까지
잡아 챙겼습니다. 낚싯대를 끌고 도망가던 녀석이 바로 옆의 낚싯줄과 엉켰던 모양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놀라운 현실이었습니다. 그 넓은 바다에서 떠내려간 낚싯대를 다시 건져 올리다니….’ 6년 전쯤 제가 썼던 글입니다. 당시 아내와 저는 많은 분들이 ‘턱걸이’라고 부르는, 우리
집에서 100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비치에서 종종 연어낚시를 즐기곤 했습니다. 탁 트인 바다와 주변의 동화 같은 풍경들 때문에 정이 많이 가는 바로 그곳입니다. 그런데 그날 비치에 꽂아둔 낚싯대 하나가 연어에 의해 끌려갔고 아내가 그걸 정말이지 기적적으로 다시 건져낸 겁니다. 당시 옆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호주인 두 사람은 조그만 동양여자가 잃어버렸던 낚싯대를 끌어올리는 걸 보는 순간
‘헉!’ 하는 표정에 입을 못 다물었는데 그 낚싯대에 걸려
있던 연어까지 잡아 올리자 입을 더 크게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같은 기적이(?) 또 한번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뉴카슬에서였습니다. 뒤늦게 뉴카슬 갈치와 사랑에(?) 빠졌던 우리는 한동안 그곳을 꽤 자주 찾았고 갈 때마다 갈치 20마리씩을
채워 갖고 왔습니다. “좀 멀긴 하지만 이렇게 낚시하기 편하고 갈치도 잘 나오는 데를 왜 진작부터 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살짝 해봤습니다. 하지만 4월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갈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갈치 시즌이 끝나가는 듯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갈치는 별로 안 나왔고 주변의 예쁜 야경에 취해
세 시간 남짓을 놀던 아내와 저는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잡은 다섯 마리의 갈치가 장원일
정도로 갈치는 귀했습니다. “어? 낚싯대 하나가 안 보이네?”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얼른 돌아보니 의자 밑에 끼워뒀던 낚싯대 두 대중 하나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만치 떠내려가는 낚싯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자리를 정리하느라 한눈을 파는 사이에 웬 녀석이 낚싯대를 물고 도망을 친 거였습니다. 낚싯대는 이미 2, 30미터 저만치 녀석과 함께 천천히 사라져가고 있었고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멘붕상태에 빠져있던 아내가 옆에 던져져 있던 나머지 낚싯대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낚싯줄을 천천히 감아 올리며 그 근처로 끌려가고 있던 낚싯대 쪽으로 조심스레
찌를 이동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그런데 놀랍게도 4.3미터짜리
커다란 낚싯대가 아내에 의해 끌려오고 있었습니다. 행여라도 놓칠세라 얼른 몸을 내밀어 낚싯대를 잡아챘고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손에 들려진
낚싯대에서는 낚싯대를 훔쳐갔던(?) 엄청 뚱뚱하고 큰 민어 한 마리가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마법사…. 제가 아내에게 붙여준 새로운 별명입니다. 바닷속에 빠진 낚싯대를, 그것도 두 번씩이나 기적처럼 끌어올린 아내는
분명 마법사 같은 존재입니다. 뛰어난 순발력과 집중력, 그리고
차분함 덕분이었을 겁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150킬로미터의
거리는 아내와 저에게 너무너무 짧게만 느껴졌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